봄날
전건호
- 늙으신 어머니도 한때는 스무살이었다
허기 때우고 일어선 자리
검정 비닐봉지
주춤주춤 뒷걸음친다
김밥 두어 줄 건건이 몇 가지
가느다란 힘줄 늘이며
담아온 생의 전부를 비워주고
가벼워진 몸 가누지 못한다
미풍에 파르르 떨며 빙빙 맴돌다
펄럭펄럭 바람에 날린다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
하얀 찔레꽃 그늘에서
잡아주길 기다리듯
강 건너 불어온 바람에
망초꽃 하얀 공동묘지로 날아간다
달려가 잡을 생각도 않고
멀거니 서서 바라보는데
흙먼지 뿌옇게 일어
눈을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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