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 전건호
상태바
봄날 / 전건호
  • 장유진 기자
  • 승인 2022.02.08 11: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봄날

전건호

- 늙으신 어머니도 한때는 스무살이었다


허기 때우고 일어선 자리

검정 비닐봉지

주춤주춤 뒷걸음친다

김밥 두어 줄 건건이 몇 가지

가느다란 힘줄 늘이며

담아온 생의 전부를 비워주고

가벼워진 몸 가누지 못한다

미풍에 파르르 떨며 빙빙 맴돌다

펄럭펄럭 바람에 날린다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

하얀 찔레꽃 그늘에서

잡아주길 기다리듯

강 건너 불어온 바람에

망초꽃 하얀 공동묘지로 날아간다

달려가 잡을 생각도 않고

멀거니 서서 바라보는데

흙먼지 뿌옇게 일어

눈을 가린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