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늑대의 시간 / 전건호
상태바
개와 늑대의 시간 / 전건호
  • 김완철 기자
  • 승인 2022.01.27 18: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와 늑대의 시간

전건호

 

이별에 흐느끼며 돌아서는 일곱 시

철망 틈 고개 내민 장미꽃 글썽거려요

사랑을 맹세하던 돌멩이에 뒤통수를 맞고

충혈된 신호등 바뀔 줄 몰라요

어스름을 질겅거리는

어금니와 사랑니 사이에 씹히는 바람 비명을 질러요

혀를 깨물고 나서야 바뀌는 파란불

아스팔트 흰 오선지를 밟을 때마다

배신에 떨게 하던 남자의 향기가 나요

사라진 그림자를 쫒던 눈망울은 인파를 헤치며 발을 구르지만

충혈된 눈 부비는 차들은 자정으로 달려만 가요

꽃가루 떠도는 불빛에

왼쪽 어깨에 무서리가 내리고

오른쪽 귓불에 매달리는 어둠이 무거워요

시무룩 내려 보는 가로등에

지천으로 피어나는 라일락 치마 속으로

1초 동안이라도 뛰어들어 잠들고 싶어요

미아처럼 길을 잃을 때

발 구르며 달려와 손 내밀던 바람은

어디에 잠든 건가요

가로수는 절레절레 잎새를 흔들지만

발목 휘감는 어둠의 입자에 갇힌 나는

언제까지 이별인가요

출렁거리는 써치라이트

의식은 아이스크림처럼 녹아가는 중이에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