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이슈] ‘투키디데스의 함정’ 국회 우려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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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이슈] ‘투키디데스의 함정’ 국회 우려스러워
  • 홍경석 편집국장
  • 승인 2024.03.29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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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의 특권
- 인도에선 딸을 시집보낼 때 가산의 60%를 쓴다는 말이 있다. 딸 둘만 결혼시키면 집안이 거덜 난다는 게 결코 공언이 아니다.
- 인도에선 딸을 시집보낼 때 가산의 60%를 쓴다는 말이 있다. 딸 둘만 결혼시키면 집안이 거덜 난다는 게 결코 공언이 아니다.

몇 해 전 인도에서 결혼식 도중 수르비라는 신부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그러자 그 여동생이 신부로 교체돼 결혼식을 마쳐야 했던 사연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의사가 결혼식장으로 급히 달려왔지만, 그녀는 결국 숨을 거뒀다. 이에 양측 가족은 회의를 열었고, 논의 과정에서 신부의 여동생인 니샤가 언니 대신 결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신부 측 어머니가 특히 결혼식을 진행해야 한다고 간절히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양가는 결혼식을 중단하지 않고 니샤를 신부로 맞이하기로 합의했다. 니샤가 결혼식을 준비하는 동안 수르비의 시신은 다른 방으로 옮겨졌다.

신부 수르비가 사망하자 그의 여동생인 니샤가 신부로 교체됐다. 숨진 수르비의 오빠인 사우라브는 인도 IASN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수르비가 사망하자) 양측 가족이 모여 논의를 시작했다”며

“그때 누군가가 여동생 니샤가 언니 대신 결혼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양가 모두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다른 방에 수르비의 시체가 있었고, 또 다른 방에서는 니샤가 결혼을 준비 중인 믿기 어려운 상황을 겪어야 했다”고 전했다.

양가가 결혼식을 강행한 이유는 신부 측은 결혼 지참금을 기대했고, 신랑 측 가족들은 결혼은 했으나 신부 없이 돌아왔다는 오명을 피하고 싶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혼식을 마친 뒤 수르비의 시신은 화장됐으며 그를 추모하는 의식이 치러졌다.

지난 뉴스라곤 하지만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충격적이다. 사람보다 돈과 명예를 더 중시하던 인도 결혼문화의 극단 상황을 여실히 발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저급과 저질의 문화가 비단 인도뿐일까?

총선을 앞두고 우리나라 정당에서도 이와 같은 부끄러운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 유권자들이 속을 앓고 있다. 사례를 몇 개만 살펴보자.

1. 경기 00을에 출마한 00당 공 모 후보가 2021년 보유하던 서울 성수동 땅과 건물을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지정되기 바로 전날 군 복무 중인 20대 아들에게 증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여가 제한되기 직전에 아들에게 물려준 것이다.

공 후보는 00자동차 부사장 시절이던 2017년 6월 11억 원을 주고 이 부동산을 샀는데, 4개월 뒤 인근에 00차그룹 계열사가 보유한 땅이 서울숲 부지로 편입되면서 땅값이 급등해 지금은 시세가 30억 원이라고 한다. 회사 내부 정보를 이용한 투자라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2. 같은 당에서 경기 00갑에 출마한 양 모 후보는 2021년 서초구 잠원동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대학생 장녀 이름으로 11억 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아무 경제활동도 없는 대학생이 거액을 어떻게 대출받을 수 있었는지, 그리고 그 이자는 어떻게 감당해 왔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양 후보는 “영끌 광풍일 때라 대출에 편법 소지가 있었음을 인정한다”고 했다.

3. 서울 00갑 지역구에 출마해 “청년 주거 부담을 줄여주겠다”고 한 박 모 00당 후보는 이 지역에 오피스텔 11채를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38억 원대 부동산을 사면서 37억 원 빚을 내 ‘갭투기’ 의혹을 받은 민변 출신 00갑 이 모 후보는 공천이 취소됐다.

하지만 2021년 54억 원 빚을 내 65억 원대 상가를 사들여 갭투기 의혹을 받고 문재인 정부 청와대 비서관에서 물러났던 김 모 후보는 이상하게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4. ‘친문 검사’로 꼽혔던 00신당 비례 1번 박 모 후보의 검사장 출신 남편은 “다단계 피해 예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해놓고 다단계 사기 업체를 변호해 무려 22억 원의 수임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마디로 ‘두 마리 토끼 잡기에 혈안이 된 꼴 사나운 정치인들’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총선에 나서는 정치인 상당수가 떵떵거리는 부자 축에 든다. 그런데 국회의원이 되어 명성과 함께 재물을 더 축적하려는 심보로 출마하는 경우도 수두룩해 보인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것이다. 위에서 인용한 인도 신부 수르비의 삼촌이 한 말이 가슴에 비수로 다가와 피를 흘리게 한다.

“(당시) 우리에게는 너무 힘든 결정이었다. 한 아이는 숨진 채 방에 누워 있고 다른 아이는 방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있었으니 말이다.”

호사토읍(狐死兎泣)은 ‘여우가 죽으니 토끼가 운다’라는 뜻이다. 여우와 토끼가 종류는 다르지만, 다 같이 사냥감이므로 여우가 죽으면 토끼가 다음은 자기 차례라 생각하고 슬퍼한다는 말이다.

순망치한(脣亡齒寒)과 유사한 뜻이라 할 수 있다. 인도 신부 수르비와 그의 죽음 뒤 대신 곧장 시집을 간 여동생 니샤를 연상하여 호출한 사자성어다. 비록 언니를 대신하여 결혼하긴 했으되 평생토록 얼마나 죄책감에 시달렸을까!

재물과 명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잡기’에 혈안 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겠다며 나섰다. 이런 경우, 국회에 진출하면 정말 멸사봉공으로 의정활동을 잘 할 것이 틀림없는 사람은 오히려 배척(공천에서)되고, 자격 없는 자들이 여의도에 대거 입성함에 따라 제2의 ‘투키디데스의 함정’과 같은 불협화음이 진동하는 국민 외면의 ‘쓰레기 정치’라는 혐오감만 더욱 증폭시킬 것이다.

참고로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는 용어는 아테네 출신의 역사가이자 장군이었던 투키디데스(Thukydides)가 편찬한 역사서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주장한 것에서 비롯됐다. 이에 따르면 기원전 5세기 기존 맹주였던 스파르타는 급격히 성장한 아테네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게 되었고, 이에 양 국가는 지중해의 주도권을 놓고 전쟁을 벌이게 됐다.

투키디데스는 이와 같은 전쟁의 원인이 아테네의 부상과 이에 대한 스파르타의 두려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서 유래된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급부상한 신흥 강대국이 기존의 세력 판도를 흔들면 결국 양측의 무력충돌로 이어지게 된다는 뜻의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국회 회기 중에도 버젓이 코인 거래를 한 국회의원이 있는가 하면,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이모(某) 교수를 이모(姨母)로 잘못 알고 발언하여 개망신을 자초한 의원도 있었다.

또한 “짤짤이라고 했다”며 화상 회의 중 동료 의원에게 성희롱성 발언을 했다는 논란에 대해 말도 안 되는 해명으로 일관한 의원 등은 대표적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속하는 정치인들이라 하겠다.

선거에서 옥석을 잘 가려 선택하는 것은 오로지 유권자의 특권이자 유일한 보검(寶劍)이다. 자격 없는 정치인은 과감히 낙선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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