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현명한 유권자가 심판 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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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현명한 유권자가 심판 내려야
  • 홍경석 편집국장
  • 승인 2024.03.28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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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디에이터’ 뺨치는 4월 총선 유감

글래디에이터(Gladiator)는 2000년에 개봉한 미국과 영국의 합작영화다. 절정기의 로마제국은 그 영토가 광대하여 아프리카 사막에서 잉글랜드 북쪽까지 걸쳐 있었다.

그 당시 세계는 그 총인구의 1/4이 로마 황제의 지배하에 있었다. 때는 서기 180년, 마르커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12년에 걸친 게르마니아 정벌이 거의 마무리되던 무렵이었다.

마지막 하나 남은 적의 요새만 함락하면 이제 로마 제국은 평화가 온다. 평화로운 '5현제 시대'가 막바지에 이른 서기 180년 로마. 마치 폭풍전야와 같은 곳에서 수백 명의 부대가 숨을 죽이고 서 있다.

막시무스 장군의 신호가 울리자 거대한 함성과 함께 하늘에는 불화살, 불타는 점토 항아리가 난무하고, 땅위는 수많은 병사의 피로 물든다. 철인(哲人)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아들처럼 친애하는 장군 막시무스(러셀 크로우 분)는 다뉴브 강가 전투에서 대승한다.

죽을 날이 머지않은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막시무스를 총애하여, 무능한 아들이 아닌 그에게 왕위를 넘겨주기로 한다. 그러나 황제의 아들 코모두스는 이에 질투와 분노를 느껴 급기야 황제를 살해한다.

왕좌를 이어받은 코모두스는 막시무스와 그의 가족을 죽이라고 명령한다. 가족을 모두 잃고 혼자 겨우 살아남게 된 막시무스는 노예로 전락하고, 투기장의 검투사로 매일 훈련을 받는다.

그에게 남은 일념은 오로지 새로 즉위한 황제 코모두스에 대한 복수뿐. 검투사로서 매 경기마다 승리로 이끌면서 살아남자 그의 명성과 인기는 날로 높아간다. 절치부심 끝에 마침내 로마로 돌아온 그는 아내와 아들을 죽인 코모두스에 대한 복수를 다짐한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래전 사랑했던 황제의 누이 루실라를 다시 만나게 된다. 어느새 민중의 영웅이 된 막시무스를 발견하지만 코모두스는 민중이 두려워 그를 함부로 죽이지 못한다.

드디어 막시무스는 예전의 부하들과 은밀히 만나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 존경하던 황제를 살해한 난폭한 황제 코모두스에 대한 복수를 결의한다. 결국 막시무스는 코모두스와의 대결 끝에 그를 죽이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글래디에이터’는 상대방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 처절한 생존게임을 다룬다. 그런데 이와 별로 다르지 않은 상황이 한국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다. 4월 10일 총선이 그 전장(戰場)이다.

22대 총선 후보 등록 마감일인 3월 22일 오후 6시까지 686명이 후보로 등록한 가운데 38.9%에 해당하는 237명이 전과자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과자 237명 중 126명(20.7%)은 초범이었으며, 재범 62명(10.2%), 3범 28명(4.6%), 4범 11명(1.8%)이 뒤를 이었다.

5범 6명(1.0%), 6범과 7범 각 1명(0.2%), 8범 2명(0.3%), 9범 1명(0.2%), 11범(0.1%)도 후보에 등록했다. 어이가 없었다. 어처구니가 없는 건 비단 이뿐만 아니다.

공천이 되자마자 미뤘던 변호사 수임 신고를 500건이나 한꺼번에 밀어 넣은 출마자와, 1년 새 재산이 41억이나 불어났다는 비례대표 후보 역시 유권자들의 혀를 차게 했다. 총선의 주인공인 유권자를 얼마나 우습게 알고 있는지를 여실히 발견하게 되는 대목이다.

부끄러운 줄은 아예 모르고 ‘장옷 쓰고 엿 먹기’에 편승하여 무조건 당선이 되기만을 학수고대하는, 그래야만 자신이 살 수 있다는 ‘글래디에이터’ 뺨치는 4월 총선은 이제 현명한 유권자가 단호한 심판을 내릴 수밖에 없다.

▶장옷 쓰고 엿 먹기: 겉으로는 점잖고 얌전한 체하면서 남이 보지 않는 데서는 좋지 않은 행동을 하는 경우에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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