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50년 우정의 불변한 술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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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50년 우정의 불변한 술잔
  • 홍경석 편집국장
  • 승인 2024.03.26 0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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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나의 ‘당산대형’

D형을 알게 된 것은 내 나이 10대 말이었다. 첫인상부터 서글서글하고 항상 웃는 모습이 대인배다웠다.

그런데 사람을 제대로 알려면 술잔을 나눠봐야 하는 법. 우린 얼마 뒤 작심하고 대작(對酌)을 했다. 거기서 나보다 몇 년 연상임을 ‘민증까기(나이를 알려주기 위해 생년월일이 적혀 있는 신분증을 보이다)’로 확인한 뒤로부터 나는 D형을 친형 이상으로 따르고 신임했다.

세월은 여류하여 D형과 교류(交流)한 지도 어언 50년 세월이 흘렀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는데 그 강산이 자그마치 다섯 번이나 바뀌는 세월을 살아온 셈이다. 그사이 적지 않은 지인이 떠났거나 심지어 배신까지 한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D형만큼은 달랐다. 입때껏 초지일관(初志一貫)의 우정과 배려, 뚝심과 의리까지 변함이 없다. 어제는 생전에 나를 무척이나 아껴주셨던 숙부님이 잠들어계시는 아산시공설봉안당(충남 아산시 송악면 외암로 30-30)을 찾았다.

미리 연락을 드린 터였기에 D형께서는 아산시외버스터미널까지 마중을 나와 계셨다. D형의 지인이자 택시 기사님인 D형 후배님의 택시를 타고 아산시공설봉안당을 찾았다.

참배를 마친 뒤 그 택시에 다시 올라 온양온천역 뒤 식당으로 들어섰다. 갈비탕을 시킨 뒤 소주를 나눠 마셨다. 과거엔 혼자서 소주 네댓 병을 마셔도 꿈쩍을 안 했으나 세월엔 역시 장사가 없는 법이었다.

취기가 마구 올라오는 데도 D형께서는 그냥 보내기엔 섭섭하니 한 잔만 더 하자며 또 따른 술집으로 이끄셨다. “더 마시면 저, 대전 못 가요.”

“걱정 마. 형이 대전까지 택시 대절해 줄 테니.” 다시 통음하면서 D형은 여전히 이 부족한 아우를 일편단심(一片丹心)으로 아끼고 있음의 불변한 우정(友情)을 발견할 수 있었다.

2차에서 이미 만취한 나를 위해 D형께서는 아산시공설봉안당까지 우리를 태우고 갔던 택시기사님을 다시 불렀다.

“내 사랑하는 아우를 대전의 집까지 잘 모셔다 드리게나.” 셈을 치르면서 별도의 봉투까지 나에게 주셨다. “이게 뭐예요?” “크라우드 펀딩으로 일곱 번째 저서를 발간할 예정이라니 보태라고 주는 거야.”

“오늘 택시비와 술값에 크라우드 펀딩 지원비까지 주시면 형의 오늘 지출은 정말 엄청난데 제가 이를 어찌 감당할 수 있을까요.” “아냐. 우리 사이에 무슨 그런 얘기를 하니? 아무튼 비도 내리고 하니 어서 가거라. 자주 연락하고.”

“형, 고맙습니다! 건강하세요!!” 지난 1973년에 개봉하여 큰 인기를 끈 외국 영화에 이소룡(李小龍) 주연의 [당산대형(唐山大兄)]이 있었다.

1971년 홍콩, 골든 하베스트가 제작한 액션 범죄 드라마 영화인데 이소룡이 주연으로 출연한 첫 극장용 장편 영화이자 그를 스타 반열에 오르게 한 첫 작품이다.

어제 만난 D형은 50년 불변한 우정의 진정한 나의 존경하는 ‘당산대형’이다. D형의 건승과 행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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