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복싱을 배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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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복싱을 배운 이유
  • 홍경석 편집국장
  • 승인 2024.03.19 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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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개들의 전쟁'이 보여주는 건달과 양아치의 차이

[개들의 전쟁]은 2012년에 개봉한 영화다. 어깨에 힘주고 다니며 한적한 시골 마을을 주름잡는 양아치인 상근 패거리가 주인공이다.

이들에겐 세상의 전부이자 소위 만만한 *‘나와바리’였던 동네를 차지했던 시절도 잠시, 더 양아치다운 세일의 갑작스런 귀환으로 이들은 위기를 맞는다.

하루라도 맞지 않으면 더 불안했던, 또한 만날 얻어맞지 않고는 잠을 잘 수 없었던 악몽의 과거가 다시 시작된다. 이 영화는 한적한 시골 동네의 양아치 패거리를 그린 작품이다.

세일(서동갑)로부터 죽도록 얻어맞으면서도 “나는 양아치다!”를 외쳐야 하는 상근(김무열)의 모멸감은 결국 복수로 이어진다. 한때 조폭을 소재로 한 영화가 크게 인기를 끈 바 있었다.

여기서도 쉬 볼 수 있었듯 소위 조폭 내지 건달들이 가장 싫어하는 용어가 바로 ‘양아치’다. 양아치는 빌어먹는 ‘거지’를 속되게 이르는 말임과 동시에 품행이 천박하고 못된 짓을 일삼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아무튼 [개들의 전쟁]을 보자니 어두웠던 나의 지난 과거가 떠올라 마음이 짠했다. 그동안 내가 저술한 여섯 권의 책을 유심히 보면 나오지만 나는 어려서부터 소년가장으로 잔뼈가 굵었다.

무대는 살벌하기 짝이 없는 고향 역 앞. 못된 만무방(염치가 없이 막된 사람) 하나가 가뜩이나 구두닦이 소년가장으로 힘들게 살고 있던 나와 또래들을 괴롭히기 일쑤였다.

특히 술만 먹었다 치면 흡사 샌드백 대용이라는 되는 양 우리를 상습적으로 구타했다. 나는 그때 비로소 깨달았다. 나에게 힘이 없다면, 그래서 이유도 없이 맞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주먹을 가진 자의 만행이자 폭거를 부르는 단초라고.

작심한 뒤 응징을 목적으로 밤마다 복싱을 배웠다. 그러자 시나브로 이유모를 자신감까지 쑥쑥 배양되었다. 몇 달을 연마한 뒤 드디어 하루 날을 잡아 백주대로(白晝大路) 역전에서 그와 일대일 대결을 펼쳤다.

오로지 그를 꺾을 결심으로 절치부심 시퍼렇게 칼을 간 덕분이었을까..,. 못된 그자는 정말이지 나의 번개 같은 삼격(三擊)에 썩은 고목이 쓰러지듯 그렇게 나가떨어졌다(이 부분은 영화 <장군의 아들>에서 김두한과 구마적의 일대일 대결을 연상하면 된다).

흥미진진을 기대했던 구두닦이 또래들의 환호성이 역 앞을 승리의 축제 분위기로 더욱 물들였다. 그동안 ‘양아치’였던 그자는 깨끗이 패배를 인정하고 그 즉시 00역을 떠났다.

그가 처음으로 ‘건달’로 보였다. 손자 손녀가 아직 어리지만 초등학교에 다니게 되면 태권도부터 가르치라고 아들과 딸에게 권유하고 있다.

운동을 배우면 건강해지고 체력이 향상된다. 자신감을 가질 수 있으며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사회성과 인간관계를 개선할 수도 있어서 좋다. *자강불식(自強不息)이 주는 선과(善果)다.

▶ 나와바리(nawabari): 영향력이나 세력이 미치는 공간이나 영역을 속되게 이르는 말.

▶ 자강불식(自強不息): 스스로 힘써 몸과 마음을 가다듬어 쉬지 아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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