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돈보다 환자가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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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돈보다 환자가 우선이다
  • 홍경석 편집국장
  • 승인 2024.03.01 0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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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에게 있어 의사는

내 마음 외로울 땐 눈을 감아요

자꾸만 떠오르는 그대 생각에

가슴에 느껴지는 사랑의 숨결

멀리서 아득하게 전해오네요

사랑이 끝났을 때에 남겨진 이야기는

시들은 꽃잎처럼 흐르는 세월이 아쉬워하겠지

내 마음 외로울 땐 하늘을 봐요

흐르는 구름 위에 마음 띄우며

내 곁에 와 달라고 기원하면서

오늘도 기다리는 여인입니다

지난 2005년에 발표한 가수 계은숙의 히트곡 <기다리는 여심>이다. 전공의 집단행동이 이어지면서 많은 환자와 가족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나도 그 피해자 중 한 사람이다.

당초 아내는 지난 2월 27일 모 종합병원에서 수술을 받기로 했다. 하지만 의료대란으로 인해 그만 무기한 연기되면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울대·분당서울대·서울시보라매병원 병원장들이 지난 28일 소속 전공의들에게 “환자 곁으로 돌아와 달라”는 호소문을 보냈다고 한다.

‘의료 파행’으로 중증·난치 환자들이 고통받는 가운데 “전공의 여러분은 환자 곁에 있을 때 빛을 발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한 대형 병원 수장은 서울대가 처음이라고 했다.

앞서 서울대 의대 학장도 졸업식에서 “의사가 숭고한 직업으로 인정받으려면 경제적 수준이 높은 것이 아니라, 사회적 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옳은 소리다.

반면 전국 의대 40곳 학장들 모임은 “학생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했다. 다른 대형 병원장들도 지난 28일 전까지 “소속 전공의 및 의대생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만 했다.

“환자들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고 호소한 병원장은 지난 2월 28일 서울대가 처음이었다. 말로는 무엇을 못할까? 문제는 진심이다. 또한 행동이 수반되어야 한다.

전공의는 의대를 졸업하면서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한다.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한다”고 맹세한다. 이런 맹세를 가르친 스승이 의대 학장이고 처음으로 실천하는 곳이 대형 병원이다.

그런데 아직까지 상당수의 다른 대형 병원장들과 의대 학장들은 ‘의사의 첫째 의무’를 말하지 않고 있다. 전공의와 의대생을 위하는 것인가, 그들 눈치를 보는 것인가.

이러한 현실을 3월 1일 자 조선일보에서 정해민 기자가 ‘기자수첩’을 통해 따끔하게 일갈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환자는 의사를 기다린다. 환자에게 있어 의사는 풍랑을 만난 난파 직전의 어부를 구출해 주는 든든한 선장이다.

그런데 지금 전국 대형병원의 현장은 어떠한가? 조직과 돈보다 환자가 우선이다. 위 가요 <기다리는 여심>에서의 방점은 ‘내 곁에 와 달라고 기원하면서 오늘도 기다리는 여인입니다’이다.

이를 일부 변형하여 거듭 간청한다. “(저는) 의사가 내 곁에 와 달라고 간절히 기원하면서 오늘도 기다리는 중증의 환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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