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칠 때 떠나지 못 하는 구태(舊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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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칠 때 떠나지 못 하는 구태(舊態)
  • 홍경석 편집국장
  • 승인 2024.02.28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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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의 어두운 그림자

‘박수칠 때 떠나라’는 2005년에 개봉된 장진 감독의 영화다. 차승원, 신하균, 신구, 정동환, 이한위, 류승룡 등이 출연했다. 장르가 미스터리 코미디영화여서 관객에게 던지는 감동은 별로 없다.

다만 제목이 이 글의 내용과 부합되는 측면이 있어 호출했다. ‘가황(歌皇)’으로 불리는 인기가수 나훈아가 마지막 콘서트 계획을 발표하며 가요계 은퇴를 시사했다.

지난 1968년 ‘내 사랑’으로 데뷔한 나훈아는 ‘사랑’ ‘울긴 왜 울어’ ‘잡초’ ‘무시로’ ‘고향 역’ 등의 인기곡을 선보이며 50여 년의 세월 동안 ‘가황’으로 불렸다. 2020년에는 ‘테스형’을 발표해 젊은이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았고, 2023년에는 ‘기장 갈매기’를 히트시키면서 문성재의 ‘부산갈매기’에 필적할 만한 성공을 거두었다.

참고로 ‘부산갈매기’는 가수 문성재가 1982년에 노래를 발표해 가요톱텐 3위까지 오르는 등 전국적인 히트를 쳤다. 이처럼 무려 50년 이상이나 국민가수로 인기를 끌 수 있었다는 것은 나훈아만의 카리스마와 매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보다 상위를 점하는 것은 자신을 아끼는 팬들에게 실망을 끼치지 않겠다는 시종일관의 철저한 자기관리 덕분이라고 본다. 반면 작금 야당의 정치는 어떠한가.

민주당에서 연일 총선 공천을 둘러싼 분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27일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공천 배제가 확정되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불공정하다며 사퇴했으며 김영주 국회 부의장과 박영순 의원은 공천 배제 판정을 받고 탈당을 선언했다.

또 어떤 현역 의원이 탈당할지는 그야말로 시간문제다. 이처럼 민주당이 점입가경 이상으로 잡음까지 요란한 것은 공당을 사당으로 인식하고 얼추 자기 멋대로 공천을 주거나 박탈하는 따위로 군림하고 있는 이재명 대표 때문이다.

지도부와 친명계는 거의 예외 없이 단수 공천을 받은 반면, 이 대표 체포 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다고 의심을 받은 의원은 대부분 의원 평가 하위 20%에 포함되거나 탈락했다는 게 그 방증이다.

이 대표 자신은 7개 사건에 10개 혐의로 재판을 받으면서 황운하·노웅래 등 재판받는 다른 의원의 출마는 봉쇄했다. ‘대장동 변호사’도 6명이 출마해 모두 공천에서 순항 중이다.

차기 당대표 경쟁자로 거론되던 임종석 전 비서실장은 탈락시키고 그 자리에 ‘청담동 술자리’ 가짜 뉴스 제보자를 공익 신고자로 인정하려고 했던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공천했다.

이래서 ‘전가의 보도’랄 수 있는 공천을 정적 제거의 도구로 쓴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1932년 독일의 히틀러는 대통령 결선 투표에서 36.8%의 득표율로 낙선했다.

아쉬운 패배였지만, 이듬해인 1933년 1월 30일 제1당인 나치당의 당수로서 총리에 임명됐다. 이날을 가리켜 역사가들은 ‘비극의 탄생’이라고 했다. 독일은 히틀러의 총리 취임으로 무시무시한 비극의 역사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당이 대표 개인의 헤게모니(Hegemonie) 수단과 자신의 방탄용 공천권 행사라는 이중 잣대로 사용되는 모습에서 히틀러의 어두운 그림자를 봤다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박수칠 때 떠날 줄 아는 가수보다 못한 구태(舊態) 정치에 국민들은 실망과 피로감만 쌓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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