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리더도 종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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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리더도 종류가 있다
  • 홍경석 편집국장
  • 승인 2024.02.28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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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은 비울 때를 알아야

복은 복(福)과 복(服)으로 나뉜다. 복(福)은 삶에서 누리는 좋고 만족할 만한 행운 또는 거기서 얻는 행복을 말한다. 반면 복(服)은 사람이 입는 옷이다.

위복(位服)은 벼슬에 따라 입는 예복이며, 위복(威服)은 권위나 위력에 굴복함 또는 임금이나 군주 혹은 보스의 권력이 두려워서 억지로 따르는 사람을 나타내는 표현으로도 사용된다.

사복(私服)은 관복(官服)이나 제복(制服)이 아닌 사사(私私)로이 입는 옷이기도 하지만 사리사욕(私利私慾)을 추구하고자 따르는 사람을 나타내기도 한다. 신복(信服)은 믿음이 있어 리더의 마음을 헤아리고 따르는 유형의 사람을 말한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 각 당이 제1당이 되기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공천이 막바지에 들어서면서 위에서 열거한 삼복, 즉 위복(威服)과 사복(私服), 신복(信服)의 정치인들이 군웅할거(?) 하고 있다.

공천을 못 받았다고 난리를 부리는 이가 있는가 하면 스스로 불출마를 자청하며 재야로 은거하는 ‘고수’ 정치인도 있다. 일본 작가 나카지마 다카시가 쓴 [리더의 그릇]에 이런 부류의 사람들을 분류한 대목이 눈길을 포박한다.

500년 전에 쓰인 명나라의 고전 《신음어呻吟語》를 재해석했다는 이 책은 저자 자신의 경험과 명나라 최고의 정치가 여곤呂坤의 《신음어》를 접목하여 현대에 맞게 재해석한 책이다.

명나라 말기의 정치가 여곤은 명문가 출신으로 서른다섯의 젊은 나이에 과거에 합격하고 관직을 지낼 만큼 비범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주변 관료들의 중상모략과 타락한 관료들의 행실에 개탄하며 관직을 버리고 은둔 생활을 하게 된다. 그리고 공직 생활에서 느낀 바와 깨달음을 바탕으로 리더의 참된 자세와 마음가짐을 글로 써 내려갔다.

30년이라는 긴 세월에 걸쳐 완성된 이것이 바로 《신음어》이다. 《신음어》에는 자기 자신을 수양하고 타인을 다스리는 비결 1,976개의 문장이 수록되어 있다. 또한 인간이란 과연 어떤 존재인지를 다각도로 고민하며 여곤의 사상적 깊이를 보여준다.

우리는 흔히 사람의 됨됨이와 가능성의 크기를 ‘그릇’에 비유한다. 그리고 이런 표현에는 그릇은 모름지기 커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내포되어 있다. 그러나 그릇은 채우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오히려 비울 때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요컨대 덕이란 얼마나 많이 버릴 수 있는 사람이 진정 남아이며 용장인지를 나타내는 것이다. 선거철이 되면 전국이 시끄럽다. 올해라고 해서 예외는 없다. 그런데 불변한 것이 있다.

위복(威服) 적 리더는 카리스마(charisma)를 넘어 ‘칼 있으마’의 위력으로 군림하면서 자신에게 복종하면 공천을 주고 배타적이면 손에 든 칼(공천권)로 가차 없이 무 베듯 벤다. 삼류 리더는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고, 이류 리더는 남의 힘을 사용하지만, 일류 리더는 다른 사람의 지혜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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