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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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경영
  • 김승수 기자
  • 승인 2024.02.25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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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년까지 실질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1)을 선언한 국가는 한국, 미국, 중국 등 120개국이 넘는다.

또한 세계 여러 국가 사이에는 국제연합(UN)의 3대 환경협약이라고 불리는 기후변화협약과 생물다양성협약, 사막화방지협약을 비롯해 170여 개의 국제환경협약이 체결되어 있다.

심각한 수준의 환경오염이 계속되면서 인류의 생존이 위협받자 더 이상의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해 여러 국가들이 한데 힘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환경에 대한 관심은 소비자 사이에서도 커지고 있다. 이왕이면 ‘그린’, ‘에코’ 등의 수식어가 붙은 친환경 제품을 소비하거나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등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소비 습관을 바꾸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또한 더 좋은 근로 환경을 제공하거나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의 제품을 찾는 소비자도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사회적 가치2)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업은 ‘이윤 추구’와 더불어 ‘지속가능성’까지 고려한 경영 전략을 찾아가고 있다.

▶기업의 새로운 경영 전략, ESG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의 CEO 래리 핑크(Larry Fink)는 2020년 1월 투자자들과 기업 CEO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서 “앞으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투자 결정의 기준으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기후 변화로 인한 리스크를 장기적인 투자의 리스크로 보고 투자 결정 요인으로서 지속가능성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래리 핑크의 언급을 신호탄으로 지속가능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면서 ESG라는 경영 전략이 세계적인 관심사가 되었다.

ESG는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영어 단어 첫 알파벳을 딴 용어로, 2004년 UN 보고서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최근 ESG는 새로운 투자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ESG 요소를 투자 기준으로 활용한다는 것은 기업의 재무적 성과뿐 아니라 환경보호, 사회적 책임, 기업의 지배구조와 같은 비(非)재무적 성과를 보고 투자 결정을 내리겠다는 의미이다.

ESG요소(예시)
자료: UN,「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그림 1 ESG요소(예시)

 

세계 3대 연기금3) 중 하나인 노르웨이의 국부펀드는 ESG 평가 기준에 따라 석탄, 담배, 핵무기를 생산하는 기업과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기업, 부패하거나 인권을 침해하는 기업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세계 3대 연기금 중 하나인 우리나라의 국민연금기금도 ESG 요소를 투자 결정에 반영하고, 2022년까지 ESG 관련 투자를 운용하는 기금의 50%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기업이 돈을 빌리거나 투자를 받을 때 중요한 평가 기준인 신용등급을 평가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 피치와 같은 신용평가 기관은 이미 2019년부터 기업의 신용을 평가할 때 ESG 요소를 고려해 왔다.

ESG 관련 새로운 규제나 법안도 등장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ESG 관련 여러 법안을 도입하고 있는데, 그중에는 기업의 생산·공급망 전체에서 환경과 인권 보호 상황에 대한 조사를 의무화하는 제도도 포함하고 있다.

기업의 ESG 관련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영국은 2025년까지 모든 기업에 ESG 정보 공시4)를 의무화한다는 계획을 밝혔으며, 우리나라의 금융위원회도 코스피5) 상장사를 대상으로 2030년까지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공시를 의무화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미국, 일본 등 여러 국가에서 ESG 공시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림2 ESG 공시 항목자료: 한국거래소, 「ESG 정보 공개 가이던스」용어 정리
그림2 ESG 공시 항목자료: 한국거래소, 「ESG 정보 공개 가이던스」

 

《공정무역》

빈곤을 겪고 있는 국가에서 생산된 농산물이나 원재료를 구입할 때 정당한 값을 치러 생산자에게 이익이 돌아가게 하는 것. 넓게는 국가 간에 동등한 위치에서 이루어지는 무역을 의미함.

 《이해관계자》

기업에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이나 집단으로, 기업의 영업 활동이나 제품에 상당한 영향을 받거나 기업의 경영 활동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음. 여기에는 주주, 근로자, 소비자, 시민사회, 공급 업체 등 기업과 관련된 모든 사람과 집단이 포함됨.

《교육과정》

· 중학교「사회」지속가능한 세계

· 고등학교「통합사회」사회변화와 공존

· 고등학교「경제」경제생활과 경제 문제, 국가와 경제활동

이처럼 새로운 투자 기준과 법안으로 ESG가 주목받자 ESG는 기업이 고려해야 할 필수 요소가 되었다.

이러한 변화로 ESG는 2021년 우리나라 주요 기업의 신년사와 주주총회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용어가 될 만큼 우리나라 기업에도 영향을 주었다.

2021년 4월을 기준으로 10대 기업 중 7개사가 ESG 위원회를 설치해 관련 전문가를 영입했으며, 탄소 배출을 줄이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기업 간 연합체를 구성해 공동 연구를 수행하는 기업들도 있다.

1) 탄소중립은 배출되는 탄소와 흡수하는 탄소의 양을 같게 만들어 탄소의 순배출을 ‘0’으로 맞추는 것임. 

2) 사회적 가치는 사회, 경제, 환경,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가치를 의미함.

3) 연기금은 연금을 지급하는 원천이 되는 기금으로, 연금제도에 의해 모여진 자금 또는 그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을 의미함.

4) 공시란 정보나 내용을 공개적으로 게시해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을 의미함.

5) 코스피(KOSPI) 시장은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기업들의 유가증권이 거래되는 시장을 의미함.

ESG 경영의 글로벌 사례

현재 ESG 경영을 잘하고 있다고 평가받는 글로벌 기업의 사례를 살펴보겠다.

MSCI6)의 ESG 평가에서 2018년 6월 이후로 줄곧 AAA 등급을 받고 있는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MS)입니다. 국내 기업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ESG 경영을 가장 잘하는 해외 기업으로 뽑힌7) MS는 탄소중립을 이미 2012년에 달성했으며, 더 나아가 탄소 흡수량이 탄소 배출량보다 높은 ‘탄소 네거티브(Carbon Negative)’를 2030년까지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MS는 ’AI for Good’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기후 문제 해결, 전 세계 공중보건 개선, 장애인의 접근성 향상, 아동보호 및 인권 증진, 문화유산 보존 등을 위해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기술을 제공하는 프로젝트로, 이를 통해 MS가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Patagonia)도 ESG 경영의 우수 사례로 많이 언급되는 기업 중 하나이다.

파타고니아는 2011년 미국의 최대 쇼핑 행사인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 때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라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탄소와 각종 자원의 사용을 줄이기 위해 1년 중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시기에 소비를 지양하자는 캠페인을 벌인 것이다.

파타고니아는 사람들이 불필요한 소비를 하지 않도록 오래 입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한편, 유기농 원료와 친환경, 공정무역* 제품 등을 재료로 활용해 환경오염이나 사회 문제를 줄일 수 있는 생산 방법을 택하고 있다.

또한 매년 매출의 1%를 ‘지구에 내는 세금’으로 환경단체에 기부하며 모범적인 ESG 경영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기업 넷플릭스(Netflix)는 2017년 ‘포용’을 기업의 문화적 가치에 포함했으며, 2021년 1월에는 1차 포용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서 넷플릭스는 직원의 성별과 인종별 비율을 공개하고, 앞으로도 히스패닉이나 라틴계 인재의 채용 비율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 306건의 등장인물과 제작진의 구성을 젠더, 성 소수자, 장애인 등의 기준으로 분석한 다양성 보고서를 발표하며 그간 소외되었던 계층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콘텐츠를 늘리기 위해 ‘넷플릭스 창작발전기금’을 설립할 계획임을 알렸다.

6) MSCI(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는 미국의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의 자회사로, 1999년부터 ESG 평가를 실시해 왔으며 현재 8,500여 개의 기업에 대해 영역별 10개 주제, 35개 핵심 이슈로 평가해 AAA~CCC까지 7개의 등급을 부여함.

7) 전국경제인연합회, 「글로벌 ESG 경영·투자 확산 대비 한국 기업 대응현황 및 주력산업 전망」 보도자료, 2021.2.25.

ESG 경영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나는 기업의 ESG 경영이 소비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

대한상공회의소가 2021년 5월 발표한 「ESG 경영과 기업의 역할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에서 기업의 ESG 경영이 소비자의 제품 구매에 영향을 준다고 답한 응답자의 비율은 63%, ESG에 부정적인 기업의 제품을 의도적으로 구매하지 않은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70%였다.

ESG 우수 기업 제품에 추가 가격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답한 비율도 88%에 달했는데, 이를 통해 기업의 ESG 활동이 소비자가 어떤 기업의 제품을 구입할지 결정하는 데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료: 대한상공회의소, 「ESG 경영과 기업의 역할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2021.5.30.
자료: 대한상공회의소, 「ESG 경영과 기업의 역할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2021.5.30.

 

같은 조사에서 기업의 역할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도 변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역할이 ‘주주의 이익 극대화’라고 답한 응답자는 9%에 그친 반면, ‘주주가 아닌 사회 구성원의 이익’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39%에 달했다.

이는 기업이 단순히 제품을 팔아 이익을 추구하는 것에서 나아가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소비자의 요구가 드러난 결과로 볼 수 있다.

 

경제 활동에서 기업의 역할과 목표

그럼 경제 활동에서 기업은 어떤 역할을 할까?

생산물 시장에서 기업은 재화나 서비스를 판매하고 이윤을 얻는 공급자의 역할을 한다.

한편, 생산에 필요한 생산 요소가 거래되는 생산 요소 시장에서는 가계로부터 노동, 토지, 자본을 구매하는 수요자의 역할을 한다.

반면 가계는 생산물 시장에서 기업이 생산한 재화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수요자의 역할을 하고, 생산 요소 시장에서는 노동, 토지, 자본을 기업에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노동), 지대(토지), 이자(자본)를 얻는 공급자 역할을 한다. 이렇게 기업과 가계의 지속적인 경제 활동으로 경제는 순환한다.

경제순환모형
경제순환모형

1971년 미국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익을 많이 내는 것’이라며 기업의 목표를 이윤 극대화로 설명했다.

이러한 전통적인 기업의 목표에 따라 기업은 더 많은 이윤을 얻기 위해 혁신을 추구하고,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개발한다.

이 과정에서 일자리가 창출되어 고용이 늘어나 가계의 소득이 증가하고, 새로운 소비가 생겨나는 등 경제가 성장한다.

또한 개인과 기업이 각종 세금을 정부에 납부해 국가 재정이 운용될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의 생산 활동은 궁극적으로 경제 발전에 기여한다.

하지만 기업의 생산 활동이 사회에 항상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무분별한 개발로 환경오염이 일어나기도 하고, 노동 문제와 인권 문제 등 다양한 사회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기 위해 기업에는 여러 사회적 책임이 주어진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이윤 추구 과정에서 법령과 윤리를 준수하고 소비자, 근로자, 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고려한 의사 결정을 하라는 요구이다.

이러한 요구가 커지면서 미국의 200대 대기업 협의체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Business Round Table)’은 2019년 기업의 목표를 ‘이윤 추구와 주주의 이익 극대화를 넘어 모든 이해관계자에 대한 사회적 책임 강화’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미래까지 생각하는 한 수, 지속가능성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는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나타났다.

기업이 단기적인 이익과 편의만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사회에 미칠 장기적인 영향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요구가 ESG 경영으로 이어진 것이다.

세계의 많은 기업들은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사회,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여러 경영 방식이나 생산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지속가능성을 위한 기업의 실천에는 소비자의 역할도 중요하다.

소비자의 요구와 선호에 맞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기업은 기술 개발이나 경영 방식의 변화 등을 시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친환경 원료나 생산 방법을 활용한 것처럼 홍보하는 ‘그린 워싱(Green Washing)’과 같은 기업의 악용 사례도 나타나고 있어 소비자의 끊임없는 관심이 필요하다. 지속가능성은 기업에만 주어진 요구가 아닌 소비자도 함께 추구해야 할 사회적 가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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