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때 아닌 ‘전두환 신드롬’과 접미사 고찰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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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때 아닌 ‘전두환 신드롬’과 접미사 고찰 단상
  • 홍경석 편집국장
  • 승인 2024.02.20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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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 없는데 국회의원 되겠다고 아우성

큰 선거를 앞두면 마치 유행병처럼 정치인들의 이합집산(離合集散)이 창궐했다. 4월 10일 총선을 앞둔 올해도 별반 다름이 없다.

이낙연 - 이준석이 모인 개혁신당 ‘공동대표’의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그런데 문제는 바위처럼 단단한 결속이 관건인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개혁신당은 2월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준석 공동대표가 공동 정책위의장(김만흠·김용남)과 협의해 4·10 총선 선거 캠페인 및 정책 결정을 한다는 내용의 의결안을 다수결로 통과시켰다.

표결 과정에서 지도부 간 고성이 오간 가운데 특히 새로운미래에서 합류한 이낙연 공동대표와 김종민 최고위원이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퇴장했다.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인 이낙연 공동대표가 선거 정책 지휘 전권을 가져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한 것이다.

김종민 최고위원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선거운동 전체를 이준석 개인에게 맡기는 건 민주정당에서 가능한 일이 아니다”라면서 “이건 전두환이 지금 나라가 어수선하니 국보위(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여기에 다 위임해달라고 국회를 해산한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난데없이 전두환이 등장했다. ‘전두환’을 거론한 건 비단 김종민 위원뿐만 아니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같은 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향해 "전두환 정권 당시 만들어진 대표적인 특혜인 석사장교 제도 이용했던 분"이라며

"그분이 운동권 맞긴 한가?"라고 직격했다. 그러자 조국 전 장관은 "어불성설"이라면서 "이 제도를 만든 국힘 전신 정당의 지도자인 전두환·노태우 일당에게 따져라"고 반발했다.

이처럼 때아닌 전두환 신드롬(?)을 보면서 정치란 정말 비정한 세계라는 느낌에 오싹했다. 내가 군복무를 할 당시가 바로 전두환 정권 때였다. 돌이켜봐도 정말 으스스한 시절이었다.

아무튼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조국 전 장관이 말싸움을 하는 모습에서 새삼 ‘접미사’를 고찰하게 되었다. 접미사(接尾辭)는 파생어(派生語)를 만드는 접사로, 어근이나 단어의 뒤에 붙어 새로운 단어가 되게 하는 말이다.

‘선생님’의 ‘-님’, ‘먹보’의 ‘-보’, ‘지우개’의 ‘-개’, ‘먹히다’의 ‘-히-’ 따위가 있다. 우리가 쓰는 말의 ‘-스럽다’와 ‘-답다’ 역시 접미사다. 주로 명사 다음에 붙어서 형용사로 만드는 기능을 한다.

그 ‘~스럽다’의 정상(?)에 ‘조국스럽다’라는 게 있었다. 모두 기억하겠지만 지난 문재인 정부 때 ‘조국스럽다’는 말이 유행병처럼 창궐했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 ‘조국스럽다’고 표현한 것이다.

겉 다르고 속 다른 모습을 나타낼 때도 “어쩜 그리도 ‘조국스러운지’ 모르겠다”고 한 사람도 있었다. 자격도 없는 사람들이 국회의원 되겠다고 아우성친다. 꿀보다 달콤한 ‘국회의원 특혜 186가지’가 탐나서인 것이다.

우리 속담에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는다’라는 말이 있다. 무슨 일을 추진하는 데 있어, 주어진 조건에 따라 알맞게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런 국민적 상식조차 모르는 정치인이 한둘이 아니다. 국민이 정치를 혐오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부끄스럽다’는 신판 접미사를 동원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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