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기] ‘진짜 사나이’ 가수 진성 씨를 응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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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기] ‘진짜 사나이’ 가수 진성 씨를 응원하며
  • 홍경석 편집국장
  • 승인 2024.02.11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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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 총량의 법칙
가수 진성 씨의 공연 모습
가수 진성 씨의 공연 모습

['오뚝이 인생' 진성, 아버지 무덤서 쓴 곡이 운명 바꿨다 <설 연휴, 주목! 이 사람>] 2월 10일 자 한국일보에 실린 기사이다.

= “긴 무명 시절을 보낸 가수 진성(64)은 힘들 때면 아버지의 산소를 찾았다. 막걸리 한 병 사 들고 가 한 잔 가득 따라 봉분에 먼저 올린 뒤 남은 술을 먹고 신세를 한탄했다. 고된 삶에 지친 그가 숨통을 트는 방식이었다.

아버지 무덤에서 막걸리 한잔 걸치고 먼 산을 바라보던 어느 날, 진성은 등 뒤에서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야, 이 녀석아. 너는 그 계통에서 그렇게 오래된 녀석이 왜 아직도 헤매고 있느냐. 누가 그렇게 태클을 심하게 걸길래... 앞으로 태클을 거는 사람 있으면 이 아비가 막아주겠다"는 소리였다.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눈에 보이는 건 아버지 무덤뿐. 그는 이 경험을 노랫말로 옮긴 뒤 멜로디를 붙였다. 노래 제목은 '태클을 걸지 마'(2005). 이 곡을 낸 뒤 그의 노래 인생엔 서서히 볕이 들기 시작했다.

그의 나이 43세 때 일이었다. (중략) 설을 맞아 진성이 나훈아(2020) 심수봉(2021) 등에 이어 KBS 명절 특집 쇼의 새 주인공으로 나선다. 1997년 '님의 등불'로 데뷔한 그는 '보릿고개' '내가 바보야' '안동역에서' 등의 히트곡을 낸 트로트 간판스타 중 한 명.

오랜 무명 시절과 암 투병에도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마이크를 놓지 않아 뒤늦게 전성기를 맞은 '7전 8기의 사나이'로도 불린다. (중략)

나훈아 특집 쇼가 트로트 톱스타의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를 볼 수 있는 기회였다면, 이번 진성의 특집 쇼는 한 편의 드라마 같은 공연이 될 전망이다. (중략)

세 살 때부터 진성은 친척 집을 옮겨 다니며 컸다. 호적 정리가 안 돼 그는 11세에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그는 홀로 서울로 올라와 중국집에서 배달로 생활비를 벌었다.

리어카에 과일을 담아 팔며 가수의 꿈을 키워 온 그는 50만 원을 받고 부른 노래 '안동역에서'(2008)가 4년 뒤 갑자기 입소문을 타면서 '고속도로 휴게소 스타'로 급부상했다.

진성은 "10대부터 일용직, 노점 등 안 해본 일이 없다"며 "제가 희망의 아이콘은 아니지만 그래도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한다"며 "외길 인생을 살다 보면 분명히 나중에 밝은 빛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쇼에선 김호중, 이찬원 등이 특별출연해 진성과 함께 노래한다. 진행은 장윤정이 맡았다.” = 이 기사를 보면서 나는 눈물을 훔쳤다. 어쩌면 그렇게 그의 인생 곡절은 나와 닮았을까 하는 심리적 동병상련의 데자뷔가 작용한 때문이었다.

대전시조시인협회에서 만든 잡지 ‘반짝이는 별, 어머니’
대전시조시인협회에서 만든 잡지 ‘반짝이는 별, 어머니’

먼저, 가수 진성 씨는 나와 같은 베이비부머이자 ‘고난의 세대’이다. 그처럼 나 역시 중학교라곤 문턱도 밟지 못했다. 지독한 가난이 발목을 잡았다. 어머니는 내가 생후 첫 돌 즈음 가출했다.

좌절하여 허구한 날 술만 찾는 홀아버지와 살자니 정말 힘들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학교 대신 역전에서 구두를 닦았다. 이어 신문팔이, 행상, 노동, 공돌이 등 안 해본 고생이 없었다.

그러나 아무리 고생을 했어도 윤택(潤澤)의 햇빛은 남들에게만 비쳤다. 그래서 자존감(自尊感)은커녕 자학(自虐)의 나날만 수렁처럼 깊어졌다.

이제는 자타공인 톱 가수가 된 진성 씨가 토로했듯, ‘힘들 때면 아버지의 산소를 찾아 막걸리를 마시며 기구한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다’라면 나는 십대 후반부터 일부러 독주로 몸을 망치기로 작정했다. 빨리 죽을 속셈이었다.

독한 소주를 대접에 따른 뒤 ‘원샷’으로 마시기 시작했다. 그것도 내리 세 병이나 변변한 안주조차 없이. 하지만 그렇게 마셔댔어도 죽지 않았다. 사람 목숨이 참 길다는 걸 느꼈다.

아무튼 진성 씨를 오늘날 스타로 만들어준 <태클을 걸지 마> 가요의 가사에 “어떻게 살았냐고 묻지를 마라 이리저리 살았을 거라 착각도 마라 그래 한때 삶에 무게 견디지 못해 긴긴 세월 방황 속에 청춘을 묻었다“라는 구절이 더욱 눈길을 끈다.

‘이리저리 살았다’는 것은 정처 없는 방황(彷徨)을 의미한다. 나도 그랬다. 구두닦이 소년가장 시절, 각다귀(남의 것을 뜯어먹고 사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에 다름 아니었던 아주 못된 구두닦이 왕초한테 안 맞으려고 밤마다 몰래 복싱을 배웠다.

그 뒤 그를 응징하고 나도 한때는 애먼 주먹을 다반사로 날리기도 했다. 사람은 누구나 고생을 경험한다. ”일생 동안 겪는 고생의 총량은 그 시기가 다를 뿐 누구나 같다“라는 이른바 ‘고생 총량의 법칙’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지난날 남다른 고생길을 점철했기에 오늘날의 내가 존재한다고 믿고 있다. 부단한 노력과 도전으로 그야말로 고진감래(苦盡甘來)를 이룬 ‘진짜 사나이’ 가수 진성 씨를 응원한다.

용감하며 씩씩한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두려움 없이 대처할 수 있다는 뜻을 지닌 용감무쌍(勇敢無雙)이라는 사자성어가 그의 앞에서 꿈틀거린다.

나는 이 잡지에 엄마 대신 나를 길러주신 유모 할머니를 그리는 마음을 담았다
나는 이 잡지에 엄마 대신 나를 길러주신 유모 할머니를 그리는 마음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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