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석 칼럼] ‘한국 아버지’ 길 정진한 배우 남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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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석 칼럼] ‘한국 아버지’ 길 정진한 배우 남궁원
  • 홍경석 편집국장
  • 승인 2024.02.06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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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 2가지

과거 한국의 아버지들 삶은 실로 고단했다. 대대로 물려받은 가난도 서러웠거늘 1950년에 발발한 6.25 전쟁은 한반도 얼추 전체를 불바다와 초토화로 만들었다.

이후 초근목피(草根木皮)의 지독한 빈곤이 휩쓸었다. 2015년에 발매된 가수 진성의 가요 ‘보릿고개’ 가사가 이를 웅변하고 있다.

= “아야 뛰지 마라 배 꺼질라. 가슴 시린 보릿고개 길 주린 배 잡고 물 한 바가지 배 채우시던 그 세월을 어찌 사셨소. 초근목피의 그 시절 바람결에 지워져 갈 때 어머님 설움 잊고 살았던 한 많은 보릿고개여 풀피리 꺾어 불던 슬픈 곡조는 어머님의 한숨이었소~”

이 노래에서 아이러니하게 아버지는 등장하지 않는다.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하기야 아버지는 당시에도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다만 한 푼이라도 벌고자 삭풍이 휘몰아치는 밖으로 나갔을 것이었기에.

과거 한국의 아버지들은 대부분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가족들을 부양해야 했다. 때문에, 당시 그들의 일상은 팍팍했다(삶의 여유가 없고 힘겹다)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후 한국의 1960-1980년대는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루었지만, 그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인권과 복지는 무시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소위 화이트칼라가 아닌 육체 노동자들의 고됨은 가중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버지들은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에 시달리며 가족들을 부양해야 했다. 그러면서도 게다가 쓸데없는 가부장적인 문화가 여전히 강하게 존재했다.

때문에, 대부분 아버지는 던져주면 개도 안 먹을 가족 내에서의 권위적인 위치까지 고수하느라,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환경이다 보니 한국의 아버지들은 스트레스와 우울증 등의 정신적인 문제를 겪기도 다반사였다.

“서양 미남 배우에 빠지지 않는다!”고 신상옥 감옥도 극찬했던 한국의 ‘그레고리 펙’ 배우 남궁원 씨가 9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남궁원(본명 홍경일) 씨의 영화를 사랑했던 팬으로써 이 글을 쓰게 되었다.

다른 건 차치하더라도 그의 유작(?)이랄 수 있는 세 자녀를 성공시킨 ‘아버지의 힘’에 더 큰 박수를 보냈다. 아들 홍정욱 전 국회의원과 딸 성아, 나리 등 세 자녀는 각각 미국의 하버드, 컬럼비아, 스탠퍼드 등 명문 대학을 졸업했다고 한다.

우스개로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2가지가 있는데, 골프와 자식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자식 농사가 어렵다.

남궁원 씨의 출연작 중 1980년대에 유독 상업적 멜로물이 적잖았던 까닭은 ”아이들 학비 (부담) 때문이었다.”고 고백한 남궁원 씨의 생전 인터뷰를 새삼 곱씹었다.

정작 아버지는 배를 쫄쫄 굶으면서도 자식들만큼은 반드시 잘 가르쳐서 자신처럼 비극의 보릿고개 시절 아픔을 경험하지 않게 해주겠노라 이를 갈며 다짐했을 그 아팠던 시절을 다시 돌이켜보게 된다.

‘한국 아버지’의 길을 오롯이 정진한 고인께 삼가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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