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인생이다] 청춘 응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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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인생이다] 청춘 응원가
  • 홍경석 편집국장
  • 승인 2024.02.03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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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풍은 때로 필요하다

= “한번 왔다 가는 인생 겁날 게 있나 나는 아직 청춘이다 / 한번 왔다 가는 인생 기죽지 마라 브라보다 나의 청춘아 / 묻지 마라 인생이란 정답이 없단다 알려거든 묻지 말고 세월에 맡겨라 / 가는 길이 힘들다고 울지 마 내일은 달라질 거야 / 청춘아 소주 한잔 털어 넣고 웃어봐 힘을 내봐 / 한번 왔다 가는 인생 겁날 게 있나 나는 아직 청춘이다” =

가수 유현상의 히트곡 <청춘 응원가>다. 청춘(靑春)은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는 봄철이라는 뜻으로, 십 대 후반에서 이십 대에 걸치는 인생의 젊은 나이 또는 그런 시절을 이르는 말이다.

그야말로 화양연화(花樣年華)라 할 수 있다. 나도 그런 때가 존재했다. 십 대 후반에 지금의 아내를 만나 열애에 빠졌다. 군 전역 후 작수성례(酌水成禮)로 부부가 되었다.

첫 아이로 아들을 낳았고, 이듬해 직장에선 약관 20대 중반에 전국 최연소 소장으로 승진했다. 당시 나는 거칠 게 없는, 그야말로 불도저(bulldozer)였다. 청춘은 그만큼 힘이 셌다.

둘째로 세상에 나온 딸은 내 삶의 의미를 더욱 충족해 주었다. 더 자라서 출신고에서 유일무이 명문대에 합격하는 기염을 토할 때는 세상을 다 가진 듯했다. 아무튼 그렇게 흐른 세월은 나를 그예 ‘6학년 6반‘으로 이동시켰다.

세월여류(歲月如流, 세월이 흐르는 물과 같다는 뜻으로, 세월이 매우 빨리 흘러감을 이르는 말)를 새삼 느끼지 않을 도리가 없다. 본디 사람은 우둔하다.

그래서 지금 자신이 누리고 있는 부와 행복이 만고불변(萬古不變, 오랜 세월을 두고 길이 변하지 않음)할 줄로 착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세불아여(歲不我與, 세월은 덧없이 지나가 나를 기다리지 않음)는 세상의 공식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멍청하기 그지없었던 진시황이 떠오른다. 덩달아 그 진시황을 속여먹은 희대의 사기꾼이자 풍운아였을 서복(徐福)이 오버랩 된다. 서복은 기원전 219년, 진시황에게 중용되었다.

이후 진시황의 명령을 받아 엄청난 노자(路資, 먼 길을 떠나 오가는 데 드는 비용)와 어린 남녀 수천 명을 데리고 동쪽(우리나라 제주도로 추측)으로 가서 불로초를 구하려 했지만, 예상대로 돌아오지 않았다. 세상에 영생불사가 어디 있단 말인가!

진시황은 자신만큼은 영원히 청춘으로 살기를 염원했지만 어리석은 짓이었고 결국엔 서복에게 희대의 사기까지 당한 뒤 죽었다. 그것도 지방 순행 중 어가(御駕, 임금이 타던 수레)에서 급사했다.

더 기가 막힌 건 그의 죽음을 숨기고자 지록위마(指鹿爲馬)로 유명한 간신이었던 조고(趙高)가 자행한 사후 대처였다. 조고는 썩은 생선 따위 등으로 진시황의 시체가 썩어서 지독한 냄새가 나는 것을 막으면서까지 자신의 부귀영화를 지키려 했다는 점이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청춘도 마찬가지다. ‘지록위마’는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한다’는 뜻으로, 사실(事實)이 아닌 것을 사실로 만들어 강압(強壓)으로 인정(認定)하게 됨을 뜻한다.

자신만큼은 영원히 청춘이라고 큰소리치는 경우에도 부합한다고 본다. 그렇지만 이런 허풍은 때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아직 청춘이다”라고 믿게 되면 가요 <청춘 응원가>처럼 한번 왔다 가는 인생이 겁날 게 없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도 그 청춘 마인드를 지니고 서울로 취재를 하러 간다. “청춘아, 소주 한잔 털어 넣고 웃어봐 힘을 내봐. 한번 왔다 가는 인생 겁날 게 있나 나는 아직 청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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