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인생이다] 작가도 ‘심봤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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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인생이다] 작가도 ‘심봤다’다
  • 홍경석 편집국장
  • 승인 2024.02.01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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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는 노래가 히트해야 스타가 되고

= “잠을 자고 일어나 망태를 메고서 동녘 햇살을 받으며 산속을 헤맨다 여기에 있을까 저기에 있을까 한 뿌리만 캔다면 부모님 봉양하고 두 뿌리만 캔다면 나 장가 가야지 심봤다 심봤어 얼씨구 좋구나 지화자 좋을시구 신령님의 도움으로 두 뿌리나 얻었으니 나도 장가 가야지 나 장가 가야지~” =

가수 민성아의 히트곡 <심봤다>이다. 국어사전에서 ‘심봤다’를 검색하면 ‘심마니가 산삼을 발견하였을 때 세 번 외치는 소리’라고 알려준다. 심마니(산삼을 캐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는 평생의 소원이 진귀한 산삼을 만나는 것이다.

따라서 위에서 소개한 가요 <심봤다>의 가사처럼 가난한 심마니도 일단 ‘심봤다’의 위치가 되면 그야말로 하루아침에 팔자가 바뀐다.

한 뿌리만 캐도 부모님을 봉양할 수 있고, 운이 더 좋아서 두 뿌리까지 캔다면 오매불망했던, 어쩌면 평생의 소원이었을 수도 있었을 장가까지 갈 수 있는 여력까지 생기는 셈이다.

장가(丈家, 사내가 아내를 맞는 일)는 궁극적으로 부모님께도 효도하는 것이다. 가사에서 투영할 수 있듯 주인공 심마니는 아마도 두메산골에서 고령의 노부모님을 모시고 산삼 캐는 일에 몰두하고 있는 노총각쯤으로 보인다.

그런데 평생토록 산삼은커녕 돈이 별로 안 되는 도라지 따위나 캔다면 장가가기는 하늘의 별 따기가 될 터이다. 이 경우 그 노총각은 결국 또 다른 장가(杖家, 집안에서 지팡이를 짚을 만한 나이, 곧 50세를 이르는 말)라는 첩첩산중의 협곡에 갇히고야 말 것이다.

지금과 사뭇 달리 과거엔 나이 오십만 되어도 늙은이 축에 들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심봤다> 노래를 들으면서 글을 쓰고 있던 중, 이번 달에 첫 출간을 앞둔 모 작가님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얼마 전 내가 그 책의 출간사를 써드린 모 기자님이다. 출간을 앞두고 내가 보낸 출간사 부분을 약간 수정하였으니 양해를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즉답을 보냈다.

“잘하셨습니다! 그동안 집필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베스트셀러를 축원합니다.” 그 문자를 보내면서 괜스레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내 의중은 그렇게 표현했지만 부끄럽게도 나는 입때껏 베스트셀러라는 단맛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채, 그래서 ‘무명의 작가’라는 변방에서 여전히 웅크리고 있기 때문이다.

가수는 노래가 히트해야 스타가 되고 마찬가지로 작가는 책이 많이 팔려야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으며, 자신의 가치까지 인정받을 수 있다.

여하튼 심마니가 잠을 자고 일어나(면) 망태를 메고서 동녘 햇살을 받으며 산속을 헤맨다면 나는 지금도 ‘잠을 자고 일어나면 얼굴을 씻고서 새벽 커피를 마시며 ’글 밭‘을 헤매고’ 있다.

그래서 여전히 불변한 바람(꿈)이 있다. 꿈에서 그리던 산삼을 한 뿌리만 캔다면, 예컨대 새로이 발간한 내 책 하나가 베스트셀러에 등극한다면 빚부터 갚고 싶다.

운이 좋아 하나의 책이 또 베스트셀러가 되어, 즉 산삼을 두 뿌리나 캘 수 있다면 그 많은 고료를 그동안 궁핍에 찌든 아내에게 몽땅 주고 싶다. 결론적으로 작가도 ‘심봤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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