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 태클을 걸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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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 태클을 걸지 마
  • 홍경석 편집국장
  • 승인 2024.01.27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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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을 함부로 낭비한 탓

= “어떻게 살았냐고 묻지를 마라 이리저리 살았을 거라 착각도 마라 그래 한때 삶의 무게 견디지 못해 긴 긴 세월 방황 속에 청춘을 묻었다 어허허 어허허 속절없는 세월 탓해서 무얼 해 되돌릴 수 없는 인생인 것을 지금부터 뛰어 앞만 보고 뛰어 내 인생에 태클을 걸지 마” =

명실상부 국민가수로 도약한 진성의 <태클을 걸지 마> 가사이다. 태클(tackle)은 축구에서, 상대편이 가지고 있는 공을 기습적으로 빼앗음 또는 그런 기술을 뜻한다.

서서 하는 스탠딩 태클과 상대편의 발밑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슬라이딩 태클이 있다. 또한 풋볼과 미식축구에서, 공을 가진 공격수를 저지하기 위하여 수비수가 공격수의 아랫도리를 잡아 쓰러뜨리거나 공을 뺏음 또는 그런 기술을 뜻하기도 한다.

이어 ‘이리저리 살았을 거라’는 표현 역시 허투루 볼 수 없다. ‘이리저리’는 일정한 방향이 없이 이쪽저쪽으로와 말이나 행동을 뚜렷하게 정함이 없이 이러하고 저러하게 되는 대로 하는 모양을 나타낸다.

즉 젊었던 시절, 아무렇게나 살았었다는 느낌을 보여주고 있다. 나도 젊었을 적엔 ‘이리저리’ 살았던 때가 실재했다. 역전에서 주먹도 좀 날려봤고 역 앞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앉아 친구들과 밤새 술을 마셨던 때도 잦았다.

하지만 세월엔 장사가 없다더니 나도 어느덧 올해 ‘육 땡’(66세)의 나이에 접어들었다. 세월과 연관된 사자성어가 부지기수다.

광음여류(光陰如流)는 세월은 흐르는 물과 같다는 말로, 한번 가면 되돌아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광음여전(光陰如箭)은 세월이 화살과 같이 빨리 지나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만고풍상(萬古風霜)은 아주 오랜 세월 동안 겪어 온 많은 고생을 뜻한다. 백구과극(白駒過隙)은 흰 망아지가 빨리 달리는 것을 본다는 말로, 세월과 인생이 덧없이 빨리 지나간다는 의미인데 요즘 내가 느끼는 세월이 꼭 그렇다는 느낌이다.

어제, 지난주 모 기관에 접수한 공공근로 지원 서류가 합격했다는 문자가 왔다. 1차 합격이다. 다음 주 월요일에 면접을 보란다. 여기서 최종 합격하면 2월 초부터 일을 하게 된다.

나이를 먹으니 재취업하기가 참 힘들다. 젊어서 많이 벌어놨으면 좋았으련만 그런 깜냥조차 없이 세월을 함부로 낭비한 탓이자 어떤 업보다. 그렇지만 후회는 없다.

번듯한 대학을 졸업했어도 책 한 권 낸 적 없는 이들이 우리 주변엔 오죽이나 많은가. 반면 나는 단독 저서와 공저까지 포함하면 50권의 책을 낸 저술가다. 그럼에도 여전히 궁핍의 터널에서 탈출하지 못하는 것은 부지세월(不知歲月, 세월이 흘러가는 줄을 알지 못한다는 뜻)로 착각하고 젊음을 낭비한 귀결이다.

어쨌든 후회는 없다. 지금부터라도 앞만 보고 뛰면 되니까. 인생아, 내 인생에 태클을 걸지 마! 난 갈 길이 아직 멀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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