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석 칼럼] 부자도 자격이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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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석 칼럼] 부자도 자격이 있어야
  • 홍경석 편집국장
  • 승인 2024.01.14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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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인의 심정일 따름

= “세상 부귀영화도 세상 돈과 명예도 당신, 당신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죠 / 세상 다 준다 해도 세상 영원타 해도 당신, 당신이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죠 / 아무도 모르는 둘만의 세월 이젠 알아요 그 추억 소중하단 걸 /

가진 건 없어도 정말 행복했었죠 / 우리 아프지 말아요 먼저 가지 말아요 / 이대로도 좋아요 아무 바램 없어요 / 당신만 있어 준다면 당신, 당신, 나의 사람 당신만 있어 준다면~” = 양희은의 히트곡 <당신만 있어 준다면>이다.

이 노래를 듣자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괸다. 이 노래의 첫 구절에 부귀영화가 등장한다. 부귀영화(富貴榮華)는 재산이 많고 지위가 높으며 귀하게 되어서 세상에 드러나 온갖 영광을 누림을 의미한다.

그런데 부귀영화를 누리자면 갖은 고생을 감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황량지몽(黃粱之夢), 즉 ‘메조 밥 짓는 사이의 꿈’이라는 뜻으로, 인간 일생의 영고성쇠(榮枯盛衰)는 한바탕 꿈에 지나지 않는 인생의 덧없음을 이르는 말에 그치고 만다.

부자를 나타내는 사자성어에 경구비마(輕裘肥馬)가 돋보인다. ‘가벼운 가죽옷과 살진 말’이라는 뜻으로, 부귀한 사람들의 나들이 차림새를 이르는 말이다.

비슷한 표현으로 고량자제(膏粱子弟)가 있는데 이는 ‘부귀한 집에서 고량진미만 먹고 귀엽게 자라나서 고생을 전혀 모르는 젊은이’라는 뜻이다. 안향부귀(安享富貴, 부귀를 평안하게 누림) 역시 동격의 의미를 나타내고 있다.

유한공자(游閑公子) 또한 ‘한가하게 노는 공자’라는 뜻으로, 의식 걱정이 없이 한가롭게 노는 사람이나 부귀한 집안의 자제를 일컫는 말로 사용되므로 재벌 2~3세쯤 되는 셈이다.

이밖에 식육부귀(食肉富貴, 고기만 먹으며 누리는 부귀)와 어변성룡(魚變成龍, 물고기가 변하여서 용이 된다는 뜻으로, 아주 곤궁하던 사람이 부귀를 누리게 되거나 보잘것없던 사람이 큰 인물이 됨을 이르는 말)도 부귀영화의 또 다른 표현이다.

종명정식(鐘鳴鼎食, 끼니때에 종을 쳐서 식구를 모으고 솥을 늘어놓고 먹는다는 뜻으로, 부귀한 집의 생활을 이르는 말)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부자도 자격이 있어야 한다.

부자가 될 자격이 없는 자가 일확천금(一攫千金)을 하게 되면 남가몽(南柯夢, 꿈과같이 헛된 한때의 부귀영화를 이르는 말)의 늪에 빠질 개연성이 높다.

이는 중국 당나라의 순우분(淳于棼)이 술에 취하여 홰나무의 남쪽으로 뻗은 가지 밑에서 잠이 들었는데 괴안국(槐安國)의 부마가 되어 남가군(南柯郡)을 다스리며 20년 동안 영화를 누리는 꿈을 꾸었다는 데서 유래한다.

끝으로 항룡유회(亢龍有悔) 또한 허투루 볼 수 없다. 이는 솟아오른 용도 후회할 때가 있다는 뜻으로, 하늘 끝까지 올라가 내려올 줄 모르는 용도 후회하듯이, 극히 존귀한 지위에 올라간 자가 겸손히 은퇴할 줄 모르면 반드시 패가망신(敗家亡身)하게 됨을 이르는 말이다.

얼마 전 아내의 65회 생일을 맞았다. 올해가 결혼 42년 차이니 아내의 일생 3분의 2를 나와 산 셈이다. 그럼에도 지금껏 부귀영화는커녕 넉넉한 용돈조차 쥐여줘 본 적도 없으니 그저 나는 죄인의 심정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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