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석 칼럼] 기차 여행 때만이라도 독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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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석 칼럼] 기차 여행 때만이라도 독서를
  • 홍경석 기자
  • 승인 2024.01.05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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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와 독서의 상관관계

모처럼 서울에 볼일이 있어 대전역에서 KTX에 올랐습니다. 한 시간이면 도착하는 서울역이었지만 저는 습관처럼 별도의 책을 챙겼습니다.

다 아는 바와 같이 독서를 하면 시간이 빨리 갑니다. 덩달아 또 다른 지식을 축적할 수도 있지요. 예컨대 독서는 지식 함양이라는 상관관계(相關關係)를 지니고 있는 셈이라 하겠습니다.

<유배지에서 보낸 정약용의 편지>를 보면 느끼는 바가 참 많습니다. 이는 민족 최대의 사상가이자 실학을 집대성한 탁월한 학자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이 유배지에서 피를 나눈 두 아들과 형제, 그리고 제자들에게 보낸 편지를 엮은 서간집(書簡集)이죠.

세월이 변하여 길거리에 그 많던 우체통도 이제는 눈을 씻고 보아도 당최 보이지 않는 시절로 변모했습니다. 그렇지만 편지와 책은 여전히 소중합니다. 다산이 아들들에게 쓴 편지를 잠시 살펴봅니다.

= “(전략) 그렇다면 폐족의 자손으로서 잘 처신하는 방법은 무엇이겠느냐? 오직 독서, 한 가지 길밖에 없다. 독서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누구나 그 참맛을 알지는 못한다.

권세 있는 부잣집 자제라고 그 맛을 아는 것도 아니고, 시골의 가난한 천재라고 그 오묘한 이치와 깊이를 옹글게 음미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

여기서 말하는 폐족(廢族)은 조상이 큰 죄를 짓고 죽어 그 자손이 벼슬을 할 수 없게 됨. 또는 그런 족속을 의미합니다.

조선시대 때는 폐족이 되면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야말로 행시주육(行尸走肉, 살아 있는 송장이요 걸어 다니는 고깃덩어리라는 뜻으로, 배운 것이 없어서 아무 쓸모가 없는 사람을 이르는 말)의 비참한 삶을 살아야만 했습니다. 편지를 하나 더 봅니다.

= “두 아들에게 띄우노라 - 너는 본래 네 동생보다 재주가 뛰어나고, 어렸을 때 글공부를 익힌 것도 잘 갖추어져 있다. 그러니 이제라도 뜻을 굳게 세워 향학열을 북돋우면, 서른 살이 되기 전에 대학자로서 이름을 떨칠 것이다.

그런 뒤에 나라에 등용되면 힘써 일하고, 등용되지 못하면 은거하여 학문을 닦으면 되는 것이다...” =

예나 지금이야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어떤 당위성까지 발견하게 됩니다. 서운하겠기에 한 통의 편지를 더 개봉합니다.

= “지금 우리 집안이 망하긴 했지만 다른 친척들에 비하면 오히려 넉넉한 편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다만 우리보다 못한 사람을 도와줄 힘이 없을 뿐이다. 그러하니 남의 도움을 받을 처지는 아닌 것이다.

너희는 늘 집안 살림을 유심히 살펴 필요한 대책을 세우고 남의 은혜를 받으려는 생각을 버려라. 그리하면 저절로 마음이 평안해져 하늘을 원망하거나 남을 탓하는 병은 사라질 게다.” =

가장의 너그러운 품성과 만기친람(萬機親覽) 적인 성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라 하겠습니다. 끝으로 다산의 자부심이 드러나는 편지 하나가 또 눈길을 끄네요.

= “[주역사전]은 내가 하늘의 도움을 받아 지은 책이다. 절대로 사람의 힘이나 지혜만으론 알아낼 수 없는 것이니, 이 책에 담긴 오묘한 뜻을 통달할 수 있는 사람은 천년에 한 번 만날까 싶다. (그러니) 이 책은 다른 책보다 더 아끼고 중요하게 여겨라.” =

갈수록 독서 인구가 감소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우리나라 인구 감소보다 빠른 속도로까지 보입니다. 평소엔 바빠서 설혹 그럴지라도 기차여행 때만이라도 책을 가까이하는 건 어떨까요?

“사람들은 인생이 모든 것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독서가 좋다.”라는 명언이 기찻길 옆으로 스쳐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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