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석 칼럼] 충정청백과 강정청고 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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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석 칼럼] 충정청백과 강정청고 소고
  • 홍경석 기자
  • 승인 2024.01.05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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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물부터 맑아야

“[사설] 물품가 부풀려 사무용품 사들인 거제 공무원” - 이는 2023년 11월 27일 자 경남일보에 실린 글이다. 잠시 살펴본다.

= “거제경찰서는 납품업자와 짜고 시청에서 구매하는 사무용품의 단가를 부풀려 업자에게 부당 이득을 보게 해준 거제시청 현직 공무원을 업무상 횡령과 배임 혐의로 최근 불구속 송치했다.

이 공무원은 지난 2018년 10월부터 2019년 9월까지 95회에 걸쳐 시 관련 사무용품 등을 한 업자와 납품 계약하면서 금액을 부풀리고 그 차액인 9,000여 만 원을 챙기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또 2021년 1월부터 지난 1월까지 68회에 걸쳐 같은 방식으로 역시 같은 업자와 계약하며 그에게 4,900만 원 상당의 재산상 이득을 안긴 혐의도 받고 있다. 도합 3년여에 걸쳐 모두 1억 3,000 여만 원의 혈세를 새는 물처럼 흘려보낸 것이다.(후략)” =

그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혐의자는 7급 공무원이라고 했다. 간이 부어도 보통 부은 공무원이 아니었음을 물론이다. 독직이다. 독직(瀆職)은 어떤 직책에 있는 사람이 그 직책을 더럽힘을 뜻한다.

특히, 공무원이 그 지위나 직권을 남용하여 뇌물을 받는 따위의 부정한 행위를 저지르는 것을 이른다. 이처럼 부패한 공무원의 대척점에 조선시대 명재상이자 청백리였던 오리(梧里) 이원익(李元翼) 선생이 돋보인다.

경기도 광명(시) 지역에서 청백리 이원익과 관련하여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청백리의 표본 이원익」은 광명시의 대표적인 인물이며 청빈함에 대한, 모든 공무원의 표본이 될 만한 충절이자 인물이다.

이원익은 성품이 소박하고 단조로워 과장이나 과시를 할 줄 모르고, 소임에 충실하고 정의감에 충실하였다. 다섯 차례나 영의정을 지냈으나 그의 집은 두어 칸짜리 오막살이 초가였으며, 퇴관 후에도 조석거리조차 없을 정도로 청빈하였다.

후에 인조로부터 궤장(几杖)과 사저인 관감당(觀感堂)을 하사받았다. 이원익의 청백리 시절 일화이다.

한번은 궁에서 조회를 마치고 집으로 오는데 다른 대신들은 종년들이 국밥으로 술과 함께 먹지만 이원익은 그럴 처지가 못 돼서 할 수 없이 팥죽을 사서 먹었다. 그런데 팥죽값 두 푼을 주다가 그만 서푼을 수챗구멍에 빠뜨렸다.

집으로 돌아온 이원익은 하인더러 “하루 품값이 얼마 하냐?”고 물었다. 하인은 어리둥절했다. 아마도 잊어버린 돈보다는 곱절은 했다. 하인은 아는 대로 대꾸했다. 그러자 “두어 사람을 사라.”고 하였다.

하인은 “무엇에 쓰시려고요?”라면서 영문도 모르고 일꾼을 구했다. 그때 이원익은 “이 수채 구멍에 돈 서푼을 잊었는데 그걸 찾아 달라.”고 하였다. 일꾼들은 열심히 찾았다. 점심때가 되어서야 서푼을 찾았다.

하인이 “대감! 이 서푼 찾자고 일꾼을 샀습니까?” 하고 의아해하자, 이원익은 “아, 이 미련한 놈아! 그걸 여기다 두면 썩어. 나랏돈이 썩어버리잖니. 너 품값 줬으니 그것도 나랏돈, 이것도 나랏돈, 썩을 돈 찾았으니 나라가 이익이 아니냐.”고 꾸짖었다고 한다.

정말 명불허전의 청백리가 아닐 수 없었다. 정부 고위직에 낙점되면 국회 청문회에서 탙탈 털릴 것을 각오해야 한다. 개중엔 공직자 근무 중에 독직이나 부동산 투기 따위로 치부하여 그야말로 개망신당하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공직사회도 윗물부터 맑아야 아랫물까지 맑은 법이다. 새삼 이원익 선생의 충정청백(忠貞淸白)과 강정청고(剛正淸苦)를 흠모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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