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 추천 책] 이윤소 시집 ‘고요한 물음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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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 추천 책] 이윤소 시집 ‘고요한 물음표’
  • 홍경석 기자
  • 승인 2023.12.25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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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적 창조의 지평을 열어가려는 몸짓 생생

= “소문의 무게는 각각 다르다 눈과 귀와 입이 한데 섞여 어우러진 숲에서 자고 나면 쏟아지는 입, 입, 입 숲에는 적재 창고가 있어 종잡을 수 없는 새들이 카더라를 예다제다 물어 나른다

주장과 의견과 경험을 자양분으로 숲은 날마다 새로운 먹이로 채워 나갈 때 새들은 활자처럼 우르르 날아든다

힘없는 나무들은 벌목꾼에 의해 베어지거나 더러는 안간힘으로 버티기도 한다

사람들 조심스레 숲을 걷지만 들꽃을 보다 길을 잃거나 늘어진 가지에 걸려 넘어지기도 한다

어둡고 축축한 이야기들 틈에서도 가끔 훈훈한 미담이 귀퉁이 숲에 걸린다

가령 쓰러진 나무가 약한 나뭇가지를 치켜 준다던가 오솔길에 그늘이 되어준다던가

달달한 소문일수록 출처는 금방 드러나지만 새들이 온갖 것을 물어 나르는 숲의 진원지는 어디인지 알 수가 없다“ =

이윤소 시집 <고요한 물음표>에서 만날 수 있는 첫 번째 시 ‘진원지’이다. 진원지(震源地)는 지진의 진원(震源) 바로 위에 있는 지점을 뜻한다. 또한 사건이나 소동 따위를 일으킨 근원이 되는 곳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여기서 주장하는 진원지는 후자에 무게를 두고 있다. 최근 정치권과 재계, 연예계를 가리지 않고 가짜뉴스(허위 조작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퍼뜨린 유튜브 채널이 비판 여론에 결국 삭제됐다.

여러 가짜뉴스의 진원으로 지목된 유튜브 채널 'FuRi Creator'는 24일 현재 아무 콘텐츠가 업로드되지 않은 다른 계정으로 연결된다. 해당 채널은 확산에 용이한 짧은 영상을 위주로 올려왔으며 구독자는 5만 4천 명을 훌쩍 넘었다.

주요 내용이 "윤석열 대통령이 연설 도중 막걸릿병에 맞아 분노했다",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과 가수 홍진영이 결혼한다", "정치인 이준석의 결혼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축의금 1억 5천만 원을 냈다" 등 완전히 터무니없는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문제가 됐다.

유명인이 이혼했다거나 위독하다는 내용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모두 사실이 아닌 내용들이라 당사자 명예훼손 등 피해 우려가 큰 상황이었다. 이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조만간 통신심의소위원회를 열어 해당 채널에 대한 공식 심의를 시작, 삭제 차단 등 강경한 조처를 할 예정이었으나 비판 여론에 부담을 느낀 채널 측이 자진 삭제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는 것이다.

내년에는 4월에 총선이 있다. 또 얼마나 가짜뉴스가 범람할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이윤소 시집 ‘고요한 물음표’의 저자 이윤소 시인은 고도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기본 개념 은유를 설정하고 그것을 토대로 인생과 사회에 대한 명상을 펼쳐 생의 화폭을 그려냈다.

주관의 개입은 피하고 드라이하게 대상을 점묘하는 새롭고도 독특한 방법으로 시를 구성하여 내면의 고독을 상징적으로 응집하는 창조의 경지를 개척했다. 감정이 넘칠수록 오히려 감정을 절제하고 내면의 고요에 정동을 묶어 놓는 방법은 그의 개성을 잘 드러나게 한다.

그런가 하면 비정한 문명의 거리로 시야를 확장하여 삶의 다양한 국면을 통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과 애정의 눈길을 펼쳐 보였다. 그 시선이 서정의 새로운 국면을 열고 신생의 상상력을 확장했다.

서민의 삶에 대한 시인의 애정과 연민이 확대되어 삶의 넓은 국면을 조명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형상을 가시화함으로써 시간적 영속성을 지향하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이것은 유한한 인간의 삶을 넘어서서 예술적 창조의 지평을 열어가려는 몸짓이다. 이 시집에는 시인의 이러한 노력과 성과가 알차게 영글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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