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가격 구수한 고향의 맛에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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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가격 구수한 고향의 맛에 중독
  • 홍경석 기자
  • 승인 2023.12.17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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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 100%의 순대전문 식당

순대는 돼지의 창자 속에 고기붙이, 두부, 숙주나물, 파, 선지, 당면, 표고버섯 따위를 이겨서 양념을 하여 넣고 양쪽 끝을 동여매고 삶아 익힌 음식이다. 지역별로 조리법이 달라서 오징어, 명태, 가지 같은 것에 양념한 속을 넣고 쪄서 내는 식당도 있다.

조리법은 순대의 껍질은 돼지 창자를 소금과 밀가루로 문질러 잡내를 없애서 만든다. 손질한 돼지 창자를 뒤집으면 깨끗한 면이 바깥으로 노출된다. 이 안에 두부, 숙주나물, 찹쌀과 각종 향신료와 함께 돼지 피를 넣는다.

이렇게 만든 순대를 가마솥에 쪄낸다. 순대를 찍어 먹는 양념도 지역마다 다르다. 부산, 울산 및 경상남도 일부 지역에서는 막장(쌈장)에, 다른 지역에서는 주로 양념 소금에 찍어 먹으며, 돼지 간이나 허파 등의 부산물과 함께 먹기도 한다.

충청남도민은 대게 새우젓과 함께 먹는데 추측하기로 이는 강경과 광천 등 예부터 새우젓이 발달한 고장이 멀지 않아서이지 싶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길거리 음식 중 하나인 순대는 떡볶이, 튀김, 라면, 김밥과 함께 대표적인 분식 메뉴이기도 하다.

막역한 지인 교수님께서 평소 술 좋아하는 나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모처럼 별식을 사주셨다. 충남 논산시 연산면 황산벌로 1525에 위치한 [4대째 원조 연산 할머니 순대]를 찾았다. 식당 입구에서부터 길게 줄 서 있는 손님들을 보자니 단박 신뢰부터 느껴졌다.

또한 아예 식당 밖에 걸려있는 가격표에서는 왜 이 집이 전국적 명소인지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그처럼 명불허전의 식당을 시청률 경쟁에서 결코 질 수 없는 방송에서도 가만둘 리 없는 법. 이미 몇 번이나 각 방송에서도 다룬 바 있었기에 이 집을 찾은 손님들의 구성도 지역별로 다양해 보였다. 이윽고 자리가 비어 착석했다. 순대 접시와 소주를 주문했다.

잠시 후 식탁에 오른 김이 무럭무럭 나는 순대! 그 순대는 식감까지 일품이어서 정말이지 소주를 물처럼 마시게 하는 든든한 ‘호위무사’였다. 이상 기온으로 인해 이상하게 아직까지 올겨울은 별로 춥지 않았다. 하지만 동장군의 입성은 이미 기정사실인 법.

“앞으로 더 추워질 텐데 우리만 먹어선 미안하다”며 교수님께서는 순대를 포장해 가져가자고 하셨다. 연산 할머니 순대 식당 안에 걸려있는 친절한 안내문의 문구까지 맘에 쏙 들었다. [▶포장 시 순대는 썰지 말고 가져가세요.▶선지 순대는 썰면 물이 빠져 맛이 덜해요. ▶포장 시 반찬은 나가지 않습니다.]

정말 친절한 어드바이스(advice)까지 뭣 하나라도 부족한 게 없는 만족 100%의 순대 전문 식당이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포장된 순대를 아내에게 건넸다. 아내의 입이 귀에 가서 붙었다. “요즘 입맛이 없어 힘들었는데 정말 고마워!” 아내는 금세 저렴한 가격 구수한 고향의 맛에 중독되는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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