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발효식품을 찾아서/ 전통발효명인 강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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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발효식품을 찾아서/ 전통발효명인 강신영
  • 강신영
  • 승인 2023.12.08 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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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의 혼이 서린 시가지방의 명물 ‘후나즈시

일본의 발효식품을 찾아서

백제의 혼이 서린 시가지방의 명물 ‘후나즈시’

한국전통음식학술연구소 강신영 대표/전통발효명인
한국전통음식학술연구소 강신영 대표/전통발효명인

 

일본에는 다양한 발효식품이 있는데 그가운데 된장과 간장, 식초는 일본 발효 식품의 핵심이라고 할수 있다. 소금과 누룩 등에 절여서 발효시킨 츠케모노(淸物, 채소 절임)는 지방마다 다른 기후, 특산품, 역사적 배경 등을 엿볼 수 있는 식품이란 특징이 있다. 한국 된장과 달리 일본 된장에는 쌀누룩을 많이 넣는데 에도시대에는 ‘의사에게 돈을 바치느니 차라리 된장집에 지불하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된장은 건강한 식재료로 정평이 나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발효식품으로 스시 외에 츠케모노가 있는데 츠케모노란 한국의 김치와 유사한 음식으로 절이고 발효하는 과정을 거친 식품을 일컫는다. 오이, 무우, 가지 등 각종 재료를 소금, 간장, 된장, 식초, 누룩 등에 재워 풍부한 향미와 보존성을 높인 식품이다. 채소에 절인 츠케모노는 소금에 절인 형태로 채소의 맛과 비타민, 식이섬유, 미네랄 등의 영양분이 응축되어 있다. 또한 발효시킨 츠케모노에는 유산균이 대량 함유되어 장활동에도 이로운 식품으로 식생활에 도움을 준다.

 

한편, 우리나라 김치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일본에서도 한류 열풍을 타고 김치는 일본인들의 식탁을 빠른 속도로 점령하고 있다. 최근 일본언론에 보도되어 화제가 되었듯이 돼지고기를 곁들인 김치찌개(キムチの寄せ鍋)는 일본의사들이 겨울철 원기를 보충하고 몸을 따뜻하게하는 영양식 1위로 추천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처럼 김치는 한국을 대표하는 발효식품인데 일본을 대표하는 발효식품으로는 스시를 빼놓을수 없다.

 

오사카는 옛적부터 상업이 번성해 경제력이 집중된데다 산과 바다로 둘러싸여 식재료가 풍부해 ‘천하의 부엌’으로 불렸다. 풍요로운 경제적 기반 위에서 다채로운 음식문화가 발달해 세상의 모든 진귀한 음식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식도락가들이 많은 프랑스 속담에 ‘이빨로 무덤을 판다’(프랑스 사람들이 생명을 단축시킬 정도로 과식한다는 점을 비유)는 말이 있지만 오죽하면 오사카 사람들은 ‘먹다가 망한다’(食い倒れ)고 말할 정도다.

 

특히 7월이 되면 오사카 전역은 1000년의 시간을 지내온 ‘텐진 마쓰리’축제로 들썩인다. 이 축제에서 빠질 수 없는 음식이 있으니 바로 스시다. 오사카를 대표하는 스시는 ‘하코즈시’(箱寿司)로 우리말로 번역하면 상자 초밥. 케이크나 떡처럼 틀에 찍어 만들기 때문에 행인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스시는 일본인들이 가장 즐기는 대중적인 음식이기도 하지만 세계적으로도 후지산과 더불어 일본을 대표하는 브랜드 이미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스시(寿司)의 기원에 대해 살펴보면 스시라는 말은 ‘슷빠이’(すっぱい, 신맛)라는 뜻을 갖고 있다. 그런가하면 일본 거리곳곳의 스시가게에는 ‘지(鮨)’라는 한자를 흔히 볼수 있는데 이 한자의 의미는 ‘생선을 넣어 담근’이라는 뜻이 담겨있다. 이에서 알수 있듯이 스시는 음식을 보존하기위해 식초를 사용했고,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절인 음식에서 유래되었다는 사실을 유추할수 있다.

 

좀더 상세히 살펴보면 스시(寿司)는 앞서 얘기했듯이 일본어로 신맛을 의미하는 형용사 스시(酸し)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유력하고 시대가 변함에 따라 스시를 나타내는 한자로서 ‘鮓(스시)’, ‘鮨(스시)’, ‘寿司(寿し, 스시)’가 사용되었다. 일본의 길거리를 지나가다 유심히 보면 스시 가게에 붙은 한자가 제각각 다르다는 점을 발견할수 있는데 결론적으로 스시는 신맛이 나는 절인 음식이라는 어원을 갖고 있음을 알수 있다.

 

이 중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한자어 스시(寿司)는 에도 시대(江戸時代) 말기에 만들어진 아떼지(当て字, 뜻과 상관없이 한자의 음과 훈을 빌려 표기한 것)로서, 경사와 축하의 의미를 담은 “좋은 일을 관장하다”라는 한자숙어 ‘寿を司る’(슈오츠카사도루)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의 식해든 일본의 나레즈시든 모두 동남아에서 건너와 다양한 형태로 전파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이러한 발효식품을 만들게 된 것은 덥고 습한 동남아의 지역적 환경이 큰 영향을 미쳤는데 비가 자주 오고 습한 동남아 날씨를 보면 알수 있다. 산지 내륙지방에서는 길어지는 우기로 인해 생선 보관이 어려워지자 장기보관을 위한 방법을 고안하게 되었다.

 

염장을 하자니 높은 소금 가격으로 인해 부담이 커서 쌀농사를 하는 동남아에서는 소금 대신 쌀을 섞어서 발효를 시키게 되었다. 생선의 뼈도 물러지고 맛도 좋아져 이것이 오늘날의 식해와 스시로 이어지게 되었다. 밥과 생선을 발효시키는 동남아의 대표적인 음식은 라오스의 ‘빠솜’, 태국의 ‘플라라’, 캄보디아의 ‘뻐어’가 있다. 중국으로 건너가면서 현재 중국 남부지방에서는 ‘옌위’라는 음식으로 발전했고 우리나라에서는 식해, 일본에서는 나레즈시로 자리잡아 스시로까지 발전하게되었다.

 

이처럼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면 스시는 본래 생선을 소금에 절여 만든 신맛의 자연 발효식품이었다. 지금 우리가 먹는 스시는 에도시대 중기에 그 전형이 완성된 것인데, 에도시대 이전의 ‘원조 스시’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보자.

 

스시의 원조로 불리는 ‘후나즈시’는 일본 중부 시가현 하리에 마을에서 접할수 있다. 후나즈시는 소금에 절인 붕어를 밥에 묻어 발효시킨 생선 절임으로, 일본을 대표하는 발효 음식 중 하나로 꼽힌다. 생선을 오래 보관하기 위해 시작됐다가 초밥의 원형이 된 원조 스시인 ‘후나즈시’를 통해 스시의 원형을 발견할수 있다.

 

그런데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후나즈시로 유명한 시가현(滋賀縣)이 고대사에서 백제와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드물 것이다. 시가현 지역에서는 옛적부터 해마다 붕어를 잡아 항아리에 담아 발효시켜 먹는 습관이 있다고 한다. 시가현은 야트막한 산들을 사이에 두고 일본의 옛 수도인 교토(京都)와 접해 있다. 일본에서 가장 큰 호수인 비와호 주변에 넓게 평야가 펼쳐지는 풍요로운 농업지대이다. 그 일대에는 고대로부터 백제에서 망명한 유민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았다. 나당연합군의 공격을 받고 백제가 멸망한 것은 660년인데 663년 백제의 유민과 일본의 지원군으로 구성된 부흥군이 백촌강(白村江) 전투에서 패하자 당시 수많은 백제 유민들이 일본으로 망명길에 올랐다.

 

720년에 편찬된 일본서기(日本書紀)에 보면 665년을 전후해 수천명 단위의 백제인들이 오미국(近江國, 지금의 시가현)에 정착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비와호 동쪽에 위치한 히노마치(日野町) 마을에는 귀실신사(鬼室神社)라는 신사가 있다. 이곳에 신으로 모셔진 귀실 집사(鬼室 集斯)는 백제부흥군의 우두머리 귀실 복신(鬼室 福信)의 일족으로 보여지는 인물이다. 이들 백제의 후손들이 시가현에 정착해 발효식품인 후나즈시를 즐겨 먹으며 살았다는 점은 고대 일본과 백제간에는 정치적 관계뿐만이 아니라 식문화에 유사점이 있음을 시사해 결코 우연이 아닐지 모른다.

 

냉장시설이 없던 고대에 생선을 발효시켜 보존하는 음식은 ‘스시(鮓, 생선젖 자)’라 하여 동남아, 중국, 일본 등 벼농사를 짓는 지역에 널리 퍼져 있었다. 일본에서는 ‘나레즈시(熟れ鮨)’라고 부르는데 시가현의 ‘후나즈시(鮒鮨)’즉 삭힌 붕어 요리가 대표적이라 할수 있다. 삼국시대에 일본과 가장 많은 교류를 했던 나라는 고구려와 신라가 아닌 백제였다. 백제는 선진 농업기술과 함께 발효기술을 일본에 전했다. 문자가 없었던 일본에 천자문과 논어를 전한 것은 백제인 왕인 박사였다. 심지어 일본에서는 술을 ‘사케’(酒)라고 하는데 ‘삭혀’라는 우리말이 어원이라는 설도 있다.

 

음식은 그나라의 문화를 대변하고 문화는 국가의 혼(魂)이라는 말이 있다. 고대 한반도에서 먹던 홍어가 민물고기 붕어로 바뀌었지만 13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시가현에 정착한 백제의 후손들은 선조들의 전통을 면면이 고수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조상으로부터 전해받은 음식을 잊지 못하고 먹고 살면서 느꼈던 감정은 시간이 흐를수록 백제 유민들로 하여금 더욱 고향음식에 대한 그리움으로 변해갔을 것이다. 삼국시대이후 양측의 교류가 단절되다시피 했지만 한반도의 대표적인 발효음식인 홍어회와 일본을 대표하는 발효음식인 후나즈시가 수십세대를 면면히 이어오면서 양국을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되었다는 점이 주목된다.

 

한편, 발효음식과 일본 문화를 콘셉트로 한 시가현 여행은 발효음식 체험에 좋은 코스이다. 시가현은 교토와 이웃한 지역으로 아름다운 호수를 품고 있어 국내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특히 발효식품을 체험할수 있어 좋은데 발효를 중심으로 한 상업 문화 시설 ‘우미노스콜레(umi-no-schole)’, 전통 발효식 후나즈시를 활용한 메뉴를 선보이는 이탈리아 레스토랑 ‘비와 콜라주(Biwa Collage), 레트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나가하마 모토하마초 등이 있다.

 

뒤편에 상세히 설명하겠지만 후나즈시는 태국 북부에서 중국 윈난성에 걸친 지역에서 기원한‘숙성 초밥’(熟れ寿司(なれずし)이 기원이다. 주로 생선과 소금, 전분으로 유산발효시킨 식품의 일종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1400년 전 대륙에서 일본으로 벼농사가 전해진 것과 같은 경로로 전해졌다고 한다. 헤이안 시대에 편찬된 고대 법전 「엔기시키」(『延喜式』)에 은어 초밥(鮎寿司)등과 함께 기록을 볼 수 있는 것에서도, 그 오랜 역사를 알 수 있다.

 

지금은 스시하면 하코즈시(箱寿司), 마키즈시(巻き寿司)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지만 스시의 뿌리야말로 ‘나레즈시’이다. 나레즈시는 탄생 무렵부터 유산균의 발효에 의해 밥에 신맛을 더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쌀이 발효되면서 생겨나는 젖산에 의해 생선살의 단백질이 감칠맛을 내는 아미노산으로 분해되면서 독특한 향취를 낸다.

 

다만 이 냄새는 호불호가 심해 좋아하는 쪽에서는 치즈와 같은 냄새에다가 뼈도 부드러워 먹을 만하다고는 하지만, 싫어하는 쪽에서는 마치 술지게미를 먹는 느낌이라고 한다. 다만 잘 삭힌 것은 냄새가 덜한 경우도 있으며, 밥에 담근 뒤 다시 술지게미에 담그는 식으로 특유의 냄새를 없애기도 한다.

 

‘후나즈시’를 한국어로 직역하면 ‘붕어초밥’정도가 되는데, 흔히 알려진 초밥보다는 식해(食醢)에 가깝다. 즉, 붕어식해초밥이라고 하는 것이 더욱 정확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 熟れ寿司

주로 생선을 소금과 쌀밥으로 젖산 발효시킨 식품. 현재의 초밥은 식초밥을 사용하지만, 숙성된 초밥은 젖산 발효에 의해 신맛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이것이 본래의 초밥 형태이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초밥이 오미(近江) 지방에 전해지는 후나즈시로 알려져 있다. 비와호에서 나는 ‘니고로브나’(ニゴロブナ)를 소금에 절인 후 지은 밥을 겹쳐 절여 자연 발효시키는 물고기 보존 방법의 하나로 전해진 것이다.

 

* ‘니고로브나’는 붕어의 아종. 전체 길이 약 40센티로서 몸의 높이가 낮고 몸체는 원통형에 가깝다. 비와호의 특산품 으로 ‘후나즈시’의 재료로 사용된다.

 

‘후나즈시’의 기원

 

후나즈시의 역사는 나라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고대 목간에‘후나즈시’(鮒鮨, 鮨鮒)가 표기된 것을 볼 수 있다. 헤이안시대의 율령을 기록해놓은 책자인‘엔기시키’(延喜式)에는 오미쿠니(近江国) 츠쿠마쥬(筑摩厨)에서 이 ‘후나즈시’를 헌납하기 위해 쌀과 소금을 사용해 만들었다는 기록이 나와 있다.

 

굶어죽는 사람이 많았던 근대 이전에는 귀중한 곡식을 재료로 쓰고 버린다는 점 때문에 사치스러운 음식으로 취급되었으며, 버려지는 밥이 아까워서 발효를 중단시키고 밥알도 같이 먹게 된 것이 변화과정을 거쳐 오늘날의 스시로 이어진다.

 

에도시대에는 오미쿠니에서 봄철에 잡은 붕어나 가을에서 겨울에 걸쳐 잡은 ‘모미지브나’(紅葉鮒)를 ‘후나즈시’로 만들어 왔으나, 기온이 높은 여름철을 거치지 않은 모미지브나 초밥은 발효가 더디다 보니 차츰차츰 쇠퇴한 것으로 여겨진다. 오늘날의 시가현에서 만들어지는 ‘후나즈시’는 봄철에 잡힌 붕어를 쓰고 있다.

 

‘후나즈시’제조법

본고장 시가현에서 이뤄지는 일반적인 제법은 다음과 같다.

봄에 포획한 붕어의 비늘과 아가미, 난소를 제외한 내장을 제거한다. 내장을 빼는 과정에서 배를 가르지 않고 끝자락을 구부린 금속 막대 등을 입에 집어넣어 내장을 끄집어낸다.

 

그 다음 붕어 뱃속에 소금을 채우고 이를 소금을 깔아놓은 통에 널어서 다시 위에 소금을 채운다. 여기에 위와 동일하게 염장한 붕어를 널고 소금 쌓기를 반복한다. 마지막으로 소금을 깔고 나면 뚜껑을 덮은 뒤 누름돌을 깔아서 서늘하고 어두운 곳에 보관한다. 이를 ‘시오기리’(塩切り)라 부른다.

 

여름 토왕(土旺, 五行에서 말하는 토기(土氣)가 성(盛)하다는 절기를 지칭) 무렵까지 염장을 거친 후 붕어를 꺼내서 물에 잘 씻어 염분을 뺀다. 짠맛이 남는 정도로 염분을 빼고 나면 밥을 붕어 몸속에 채운다. 통 안에 붕어와 밥을 번갈아가며 깔고, 붕어는 안팎으로 밥에 뒤덮이도록 깔아놓는다. 다시 뚜껑을 덮고 누름돌을 깐 뒤 보관한다.

 

젖산 발효를 위해서는 공기를 차단하는 것이 중요해 누름돌을 깔고 난 뒤에는 통에 물을 뿌리는 것이 전통 방식이었으나, 요즘은 그냥 비닐 봉투를 까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토왕 무렵에 밥까지 다 절이고 나면 늦가을 즈음에 먹을 수 있다. 1년에서 2~3년 정도 발효시키기도 하며, 통속의 붕어는 젖산 발효에 의해 부패가 방지되고 아미노산의 증진으로 감칠맛이 더해진다.

 

발효가 다 된 후나즈시는 저며서 접시에 차려 그냥 먹거나 오차즈케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즐길수 있다.

 

워낙 만드는 데에 인력과 시간이 많이 드는데다 재료로 적합한 붕어인 ‘니고로브나’가 수질 악화, 재개발로 인한 서식지 파괴, 외래종으로 인한 생태계 혼란 등 각종 요인으로 어획량이 줄어들다 보니 가격이 한 마리에 몇천 엔 꼴로 치솟는 추세다. 이로 인해 떡붕어나 다른 외래종으로 대체하는 등의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후나즈시’의 종류

혹독한 겨울에 잡히는 ‘니고로브나’를 절인 것이 ‘후나즈시’이다. ‘후나즈시’에는 ‘혼즈케’「本漬(ほんづけ)」와 ‘감로즈케’「甘露漬(かんろづけ)」가 있다. 혼즈케는 소금에 절인 ‘니고로브나’를 밥에 절여 발효시키는 ‘후나즈시’ 본래의 절임 방법이다.

 

‘감로즈케’는 ‘혼즈케’로 한 후나즈케의 밥을 꺼내어 다시 술지게미(酒粕)에 절인 것이다. 후나즈시 특유의 향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향이 적은 ‘감로즈케’를 권한다.

 

‘후나즈시’ 먹는 방법

‘후나즈시’에 붙은 밥을 가볍게 으깨어 대략 3에서 5밀리 정도 두께로 잘라 그대로 먹는다. 한 조각을 입에 넣고 긴조슈(吟醸酒)를 한모금 하면 좋다. ‘후나즈시’와 긴조슈가 서로의 좋은 점을 돋보이게 하는데, 그 향기롭고 깊은 맛은 그야말로 일품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후나즈시 담그기와 같은 물을 사용해 빚은 긴조슈 ‘다케우지마’(「竹生嶋」,吉田酒造)와의 궁합은 각별하다.

 

일반적으로 알이 있는 가운데 부위가 맛이 좋지만, 정말 맛있는 것은 단단한 근육질 꼬리지느러미 부분인데 씹을수록 감칠맛이 나는 음식이다.

 

또한 ‘후나즈시’는 감기에 걸렸을 때 뜨거운 물을 부어 마시면 그것이 가진 유산균의 작용에 의해 발한을 촉진하고 편안해진다고 알려져 있다. ‘후나즈시’에 함유된 비타민, 천연 항생제도 거기에 한몫을 하고 있다고 한다. 속이 안 좋을 때에는 ‘후나즈시’의 유산균이 컨디션을 조절하는 데 도움을 준다.

 

‘후나즈시’는 원래 중국 오지에서 잉어를 사용하여 만들어진 초밥이 시초로 오미(近江)에 전해지면서 붕어가 사용되게 되었다고 한다. 그 소재에 가장 적합한 것은 비와호의 고유종인 ‘니고로브나’이다.

 

옛날에는 지금의 논밭처럼 정비된 논밭이 아니었는데 장마철 폭우로 인해 논밭도 강도 온통 흙탕물로 뒤덮여 그곳으로 거슬러 올라간 붕어가 논밭에서 산란한 것이었다. 논이 ‘니고로브나’의 산란 장소가 되었던 것이다.

 

지역에 따라서는 ‘니고로브나’를 이오(イヲ)라고 하는데, ‘니고로브나’가 산란을 위해 거슬러 올라가는 모습을 수면이 산처럼 솟아올라 보였다 하여 ‘이오도’(イオ島)라든가 ‘어도’(魚島)라 부른 것이다.

 

이처럼 한때 많이 잡히는 붕어의 보존 방법 중 하나로 ‘후나즈시’제조법이 정착되었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그런 ‘니고로브나’도 1985년경부터 어획량이 해마다 감소하여 지금은 잡기힘든 어종이 되어 버렸다.

 

‘후나즈시’는 오미의 진수성찬

 

지금이야말로 값비싼 음식이 되었지만, ‘후나즈시’는 경사스런 장소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다. 옛날에는 오미의 많은 가정에서 절여 정월에 통을 열어 손님 대접을 했기 때문에 경사스런 날의 대표음식이 되었다. 계절적으로도 가장 맛있을 때 먹게되는 것이었다.

 

또 결혼식이나 제사, 축제 등에 나왔고 오늘날도 축제행사시에 준비하는 음식이 되었다. 지역에 뿌리를 둔 전통 음식으로 말하자면 오미의 소울 푸드, 그것이 ‘후나즈시’이다.

한국전통음식학술연구소 강신영 대표
한국전통음식학술연구소 강신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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