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작가의 차(茶) 이야기 / 중국에서 건너온 일본 차(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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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작가의 차(茶) 이야기 / 중국에서 건너온 일본 차(茶)
  • 강신영
  • 승인 2023.09.04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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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 나라, 일본: 그 발전과 현대적 의미"

잘 알다시피 중국에서 유래된 차는 커피와 더불어 오늘날 전 세계인들의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대표적인 기호식품입니다. 중세 시대 유럽으로 전해진 차는 영국의 귀족사회에 스며들어 달콤한 스위트와 어우러진 홍차 문화를 꽃피웠고 일본으로 전해진 차는 전국시대를 거치면서 사무라이문화와 접목된 다도(茶道)로 발전되어 전 세계로 전파되고있습니다. 최근에는 미국기업의 사원교류 행사에 다도가 도입되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국 공립학교에서도 다도 체험을 하고 있고 세계 각지에서 다도 체험을 위해 일본을 방문할 정도로 다도 붐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다도의 세계화에 성공한 일본의 다도 문화에 대해 시리즈로 연재할까 합니다. 오늘은 첫 번째 이야기로 일본 차의 역사에 관해 간략히 살펴보겠습니다.

예로부터 중국에서 차는 약용으로 즉, 해독제로 사용되었다고 했는데 지금으로부터 1,200여 년 전 일본에 전해졌을 때도 차는 음료가 아닌 약으로 수입되고 있었습니다. “차를 한 모금 마신다”(お茶を一服)라는 말도 여기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차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지금으로부터 약 5000년 전, 기원전 2800년경 '신농'(神農)이라는 이름이 나옵니다. 그는 중국 삼황(三皇) 중 하나로 한족에게 농사짓는 방법을 전했고 갖가지 풀을 직접 맛보고 해독하였으며, 한의학 최초의 저서로 유명한 '신농본초경'을 저술했다고 알려져 오늘날 한의학의 창시자로 여겨지는 인물입니다. 신농은 특이하게도 자신의 몸을 이용해 익숙한 초목의 약효를 연구했기 때문에 하루 수십차례의 독을 맞고 그때마다 찻잎을 씹어 해독했다고 전해집니다. 당나라 때인 760년 육우(陸羽)가 저술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차 전문서 ‘다경’(茶經)에는 '차 마시는 것은 신농씨에게서 유래한다'는 기록이 있어 차는 신농에 의해 발견되었다고 보는 것이 정설입니다. 또한 ‘다경’에는 차의 역사와 제조 방법, 산지, 차 도구, 음용법 등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어 이 무렵 이미 중국에서 차가 널리 퍼져 뿌리내리고 있었음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일본 차의 시작은 지금으로부터 약 1200년 전 헤이안(平安) 시대 초 견당사나 유학승 같은 사람들이 갖고 들어온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 최고역사서 ‘일본후기’ (日本後紀)에는 ‘코우닌(弘仁) 6년(815년) 승려 나가타다(永忠)가 사가(嵯峨) 천황에게 차를 달여 바쳤다'고 기록되어 있으며, 이것이 일본에서 차를 마신 최초의 기술이라고 합니다. 나가타다는 당나라에 30여 년간 체류했는데 같은 시대에 활약한 사이쵸우(最澄)와 쿠가이(空海)도 당나라 유학 경험이 있었습니다. 사이쵸우에게 제자가 쓴 편지에는 '차를 10봉지나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적혀 있고, 구카이는 '차를 마시면서 중국 서적을 뒤진다' 등의 문장을 남겼습니다. 당시 차는 매우 귀한 사치품으로 승려나 귀족 계급 등 한정된 계층만이 접할 수 있었습니다. 차가 시중에 확산된 것은 가마쿠라(鎌倉)시대에 들어서면서 부터입니다. 린사이슈(臨 宗)의 시조 에이사이가 송나라에서 두 차례 걸쳐 귀국하면서 차를 들여온 것이 계기입니다. 에이사이는 그 종자를 일본 전국에 뿌려 차를 퍼뜨리고, 그 후 차가 건강에 유익하다는 내용의 ‘끽다양생기’(喫茶養生記)를 저술했습니다. 당시의 차는 말차(抹茶)에 가까워 다선(茶筅)으로 거품을 내어 마셨던 것 같습니다.

에도시대에 센차(煎茶)가 유행함에 따라 일반서민들도 차를 마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센차의 시조로 불리는 나가타니 소엔(永谷 宗円) 이 1738년에 고안해낸 '나가타니식 센차'는 그동안 중국식 제조법에는 볼 수 없었던 선명한 색깔과 단맛, 향으로 에도 시민들을 감탄케 했다고 합니다. 이 제조법은 일명 '우지 제법' (宇治製法)이라고 불리며, 18세기 후반 이후 전국의 다원으로 확산되어 일본 차의 주류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1858년 에도(江戶) 막부는 미국과 미일 수호 통상조약을 맺고 이듬해인 1859년 요코하마 등 3개 항을 개항하는데 이를 계기로 일본 차를 본격적으로 수출하게 됩니다. 메이지유신 후에도 일본 차 수출량은 늘어 1887년까지 전체 수출액의 최고 20%를 차지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습니다. 수출용 찻상자에는 목판으로 인쇄된 화려한 라벨이 붙었고, 이 라벨 제작에는 당시 서구에서도 알려진 우키요에(浮世)의 화가와 판화작가들이 대거 참여했는데 그 디자인의 참신함과 치밀한 조각 기술은 외국인들의 이목을 끌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이처럼 일본의 근대화와 더불어 시작된 일본차의 세계진출은 최근 일식(和食) 붐과 웰빙라이프 추세에 힘입어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한국전통음식학술연구소 대표 강신영

한국전통음식학술연구소 강신영 대표
한국전통음식학술연구소 강신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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