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안내] 나영순 꽃 시집 ‘꽃섬에 닿다’
상태바
[신간 안내] 나영순 꽃 시집 ‘꽃섬에 닿다’
  • 홍경석 시민기자
  • 승인 2023.05.11 17: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명 시인은 명저를 남긴다

 

“당신을 마주 보고 있을 때 차마 말하지 못했는데 이젠 다 내려놓으시라고 그 궂은 생은 그만 좀 접으시라고 맺지도 못하는 말 끝에 눈물로만 마지막을 남기시고 벌써 내 곁을 떠나신 당신 어디서 내려오셨기에 저리도 고우셨던가요

평생 한 번도 치장을 두지 않으셨기에 누군가 시샘이라도 했을까 봐 피보다도 깊은 정 속속들이 감추고 끝내 사랑으로 피우신 어머니 꽃 당신이 오늘도 참으로 그립습니다” =

명시의 대가 나영순 시인이 여섯 번째 역작 [꽃섬에 닿다]를 출간했다. 위의 시는 이 책의 P.36~37에 등장하는 ‘그립습니다’라는 작품이다. 이 시의 바로 옆에는 고운 당아욱꽃이 방긋 웃으며 독자를 반긴다.

이 꽃의 꽃말은 ‘자애’, ‘헌신’, ‘어머니의 사랑’이라고 한다. 또한 당아욱 꽃차의 효능은 목과 기관지 염증, 소화기 염증, 치통 완화라고 알려져 있다.

‘그립습니다’ 시를 읽으며 얼마 전 취재를 하면서 보았던 가슴 뭉클한 장면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해졌다. 어버이날을 앞두고 입원 어르신의 발을 자녀가 닦아주는 행사인 ‘세족식’이 대전시 중구 어남동 59 사회복지법인 실버랜드에서 열렸다.

이 행사를 취재하면서 이 땅에 안 계신 부모님이 떠올라 자꾸만 눈물이 흘렀다. 취재를 마친 뒤 돌아와 그 연장선상에서 어쭙잖은 졸시를 한 편 지었다.

= “[눈물의 세족식] 어버이날 앞두고 자녀들이 찾아왔다 중증의 부모님과 장애인 가족 발을 씻기며 대야에 담긴 물보다 더 많이 흘린 눈물 / 한 번도 경험 없는 부모님을 위한 세족식 천추의 한이 되어 그 대야에 함몰됐다 / 얘들아 우리는 언제 갈지 모른단다 아무리 살기 힘들다지만 여기 오는 게 그리 힘들더냐 나는 너희 얼굴만 봐도 기운이 불쑥하거늘“ =

도서출판 이든북에서 펴낸 이 시집에는 ‘아직도 기다립니다’를 시작으로 ‘절제’에 이르기까지 모두 54편의 주옥같은 시가 독자의 심금을 울린다.

나영순 시인이 이 저서의 제목으로 꼽은 ‘꽃섬’은 꽃이 피어있는 군락을 지칭하는 것일 수도 있고, 이 꽃이 핀 울릉도를 말하는 것일 수도 있다. 시인이 이 작품을 통해서 얻은 교훈의 결과는 묶음이라는 상상력에서 솟아난다고 볼 수 있다.

시인은 '꽃섬'의 응시를 통해서 지금 이곳에서 벌어지는 온갖 갈등의 양상들에 대해 그 대항 담론을 생각하게 한다. 역시 명 시인은 명저를 남긴다.

靑鏡 나영순 시인은 2012년 서라벌문예 등단을 시작으로 2015년 시 낭송 전국대회 금상 수상, 2017년 제8회 백교 문학상 수상, 2017년 대전 문인협회 올해의 작가상 수상, 2018년 호주 문학상 수상, 2022년 한국문인협회 대한민국 커뮤니케이션 대상 수상 등 빛나는 업적으로도 소문이 파다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