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와 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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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와 멍에
  • 홍경석 시민기자
  • 승인 2022.06.15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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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의 특권
형님께서 꽃길만 걸으시길 축원합니다
형님께서 꽃길만 걸으시길 축원합니다

 

언젠가 문인 형님께서 필자를 일컬어 대기자(大記者)라고 칭찬하셨다. 그렇지만 천만의 말씀이셨다. 나는 고작 무명소졸(無名小卒)의 대기자(待機者)일 따름이다. 출간하는 저서의 베스트셀러와 안정적 일자리를 갈망하는.

 

아무튼 그 형님의 성찬(盛饌)처럼 푸짐한 칭찬은 나로 하여금 새삼 명예와 멍에라는 두 가지 숙제를 부여하는 과제로 작동했다. 명예(名譽)는 세상에서 훌륭하다고 인정되는 이름이나 자랑, 또는 그런 존엄이나 품위를 뜻한다.

 

어떤 사람의 공로나 권위를 높이 기리어 특별히 수여하는 칭호이기도 하다. 반면 멍에는 수레나 쟁기를 끌기 위하여 마소의 목에 얹는 구부러진 막대이다. 쉽게 벗어날 수 없는 구속이나 억압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지금은 기계 없이는 농사를 지을 수 없다. 하지만 과거엔 농사를 짓자면 소의 힘을 빌려야 했다. 오죽했으면 가수 강진은 그의 히트곡 [막걸리 한잔]에서 “황소처럼 일만 하셔도 살림살이는 마냥 그 자리 / 우리 엄마 고생시키는 아버지 원망했어요”를 울부짖었을까.

 

한 가정의 아버지가 되어 자기 가족을 굶기려는 사람은 없다. 어떤 아버지가 됐든 자기 자식에겐 배가 터지도록 먹이고 싶다. 또한 최소한 대학까지 가르치고 싶은 건 이 세상 모든 아버지의 꿈이자 희망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래서 멋지고 훌륭한 아버지라는 영광의 명예 대신 마치 미늘처럼 속박하는 멍에라는 사슬에 묶여 사는 아버지가 더 많은 것이다.

 

미늘은 낚시 끝의 안쪽에 있는, 거스러미처럼 되어 고기가 물면 빠지지 않게 만든 작은 갈고리를 뜻한다. 미늘에 걸린 물고기는 절대로 빠져나올 수 없다. 여하튼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해갈의 단비가 촉촉이 내리고 있다.

 

아침에 출근하고자 시내버스에 올랐는데 참 반가운 문자가 왔다. “오늘은 우천 관계로 휴무입니다.” 공공 근로장 책임자인 모 주무관님이 보낸 내용이었다.

 

반가움을 안고 다시 집으로 되돌아오려니 서두에서 밝힌, 나를 대기자(大記者)로 승격(?)시켜 주신 형님이 선뜻 떠올랐다. ‘주당의 비 오는 날의 어떤 특권’이 뭔가? 바로 낮술 아니던가.

 

“형님 저는 오늘 우천으로 인해 쉬는 날입니다. 모처럼 낮술 어떠세요?” 즉답이 왔다. “당근이지.” 강진의 노래가 이어진다. = “아빠처럼 살긴 싫다며 가슴에 대못을 박던 못난 아들을 달래주시며 따라주던 막걸리 한잔~” =

 

소주파인 나와 달리 막걸리만 드시는 형님이시다. 자원봉사와 연관하여 곧 외국에 나가시는 형님께서 다시금 보람과 영광의 명예를 가득 안고 귀국하시길 축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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