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내기

똑같은 자식이거늘

2022-06-30     홍경석 시민기자
모내기를

 

새벽부터 일어난 울 아버지

또 논에 나가신다

올해만 벌써 열 번째

아직도 일흔여덟 번이나 남았다

 

논에서 저 벼가 자라 쌀로 변하자면

농부의 손길과 정성이 여든여덟 번이나 필요하다

아버지는 그래서 온종일 논에서 사신다

보릿고개 험한 세월 굶주림이 한이 되어

자식들만큼은 안 굶기려 치열하게 사셨다

 

덕분에 우리 자식들 대학 나오고 직장도 안착했다

이젠 건강 좀 생각해서 쉬시고 놀러만 다니세요

하지만 아버지에겐 언제나 우이독경(牛耳讀經)

아니다 저 논은 너희들처럼 똑같은 자식이거늘 어찌 허투루 대접할 거냐

옹고집 아버지 발길 내일도 식전부터 부산할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