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경

2022-01-07     김완철 기자

전 건호

 

당신이 삼킨 채소들 뿌리 내려 무성해

바람 한 점 통하지 않네요

풀벌레 우는 소리 안 들리나요

여치 소리인가 싶으면 매미가 울고 회오리바람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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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관을 따라 뻗어나가는 줄기마다

풀벌레들 서로 엉켜 뱃속 아수라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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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니마다 밥상에 올라온

도라지 부추, 생강, 우엉

싱싱하게 뿌리 내려

어느덧 나를 조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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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걱이는 바람 소리 따라 들어가자

널따란 채마밭이 펼쳐진다

밭고랑엔 다족류들 집을 짓고

서로 엉키고 싸울 때마다 뱃속 꾸물거리고

그들 잠잠해지면 고요해지는 거였다

채마밭 무성한 채소에 붙은 벌레들

나를 맘대로 조종하는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