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석 칼럼] 새벽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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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석 칼럼] 새벽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 홍경석 편집국장
  • 승인 2024.08.04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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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

‘1만 시간의 법칙’이 있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최소한 1만 시간 정도의 훈련이 필요하다는 법칙이다. 1만 시간은 매일 3시간씩 훈련할 경우 약 10년, 하루 10시간씩 투자할 경우 3년이 걸린다.

'1만 시간의 법칙'은 1993년 미국 콜로라도 대학교의 심리학자 앤더스 에릭슨(K. Anders Ericsson)이 발표한 논문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이다. 그는 세계적인 바이올린 연주자와 아마추어 연주자 간 실력 차이는 대부분 연주 시간에서 비롯된 것이며, 우수한 집단은 연습 시간이 1만 시간 이상이었다고 주장했다.

이 논문은 다른 수많은 논문과 저서에 인용될 정도로 심리학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이 저서 《아웃라이어(Outliers)》에서 에릭슨의 연구를 인용하며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

7번째 저서 『가요를 보면 인생을 안다』가 출간되면서 저자인 나에게 출판사에서 책을 보내왔다. 그 책 중에서 일부를 평소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시는 고려대학교 박사 출신 김00 박사님께 증정했다.

김00 박사님께서는 본인도 무시로 들어오시는 단체 카톡방에 다음과 같은 글과 인증 사진(나의 저서)을 올리셨다.

= “오늘 홍경석 작가의 7번째 저서 『가요를 보면 인생을 안다』를 받았습니다. 인생 가요 78곡을 선정하여 칠전팔기(七顚八起) 도전 정신으로 가치 있는 인생을 살아가라는 응원 메시지가 담겨있네요.

78곡 가요의 배경과 사연을 소개하여 독자의 공감대를 형성하였으며, 작가의 굴곡진 희로애락 인생살이와 매칭시키거나 다양한 책에서 명언이나 명문장을 소환하여 인생의 지표를 제시하여 줌으로써 저자의 엄청난 독서력 내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각 가요 글 끝에 명언을 첨언하여 글의 품격을 살려 주었네요.” =

고수는 고수를 알아보는 법이랬던가. 명문대 출신의, 그것도 박사님으로부터 그같이 과분한 칭찬을 듣고 보니 감격을 아니 할 수 없었다. 그런데 모든 결과는 동일성(同一性)을 갖는다. 그건 바로 ‘아니 땐 굴뚝에선 연기가 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위에서 ‘1만 시간의 법칙’을 거론한 건 무명소졸(無名小卒)의 내가 일곱 권이나 책을 낼 수 있었던 비결과도 일맥상통(一脈相通)한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시간은 새벽 4시 20분이다.

나는 지난 20년 동안 빠짐없이 새벽이면 일어나 책을 보고 글도 써왔다. 따라서 나에게는 어쩌면 ‘1만 시간의 법칙’이 아니라 차라리 ‘2만 시간의 법칙’이 적용되는 셈이다.

아무튼 이같이 반가운 소식을 저녁을 먹으며 아내에게 전했더니 아주 오래전, 그러니까 딸이 여섯 살 무렵 있었던 비하인드 스토리(behind story)를 전해주었다.

당시 딸은 동네 학원에 다녔는데, 하루는 학원에서 학부모들을 초청하여 ‘내 자녀(학원생)의 한글 낱말 쓰기 경연대회’를 열었다. 이날 학원 선생님이 불러주며 원생이 칠판에 백묵으로 쓰게 한 글자는 ‘찔레꽃’이라는 단어였다.

“자신 있는 사람은 누구든 이 칠판 앞으로 나와서 글자를 써 봐요.”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원생들이 우르르 나왔다. 하지만 ‘찔레꽃’이라고 써야 정답이거늘 찔래꼿, 찔레꽂, 찔레꼴, 찔뢰꽃 등 그야말로 빌밋하게(빌밋하다 = 어지간히 비슷하다) 오답(誤答)을 쓴 원생이 즐비했다.

“그런데 단 하나, 우리 딸만이 유일하게 ‘찔레꽃’이라며 정답을 썼다는 거 아냐. 그때 우리 딸이 정말이지 어찌나 예쁘던지 나는 너무나 행복했었어!” 사족이지만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속담은 맞았다.

훗날 딸은 출신고에서 유일무이 서울대에 합격했다. 아무튼 나는 내일도 새벽에 투자할 것이다. 새벽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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