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현장] 가수 박서진이 원인 제공
상태바
[취재 현장] 가수 박서진이 원인 제공
  • 홍경석 편집국장
  • 승인 2024.05.18 06: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도 작가 대신 가수 할 걸 그랬나?’

우리나라 국민은 음주가무(飮酒歌舞)에 능한 민족이다. 음주.가무는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면서 춤을 추는 일’이다. 그래서 술집마다 장사진을 이루고 흥이 나면 2차로 노래방에 가서 춤까지 춘다.

평소 자신이 좋아하는 유명 가수가 온다손 치며 불원천리(不遠千里) 산 넘고 물 건너서더라도 꾸역꾸역 온다. 어제, 5월 17일에 열린 [2024 대덕거리 비래동 맥주 페스티벌] 현장에서도 이런 현상이 도돌이표로 반복되었다.

원인은 가수 박서진이 제공(?)했다. 초저녁부터 불면 불수록 커지는 풍선처럼 증가하기 시작한 인파는 박서진이 등장 예정인 오후 아홉 시 무렵이 되자 더욱 폭증했다.

비래동 차로를 막고 펼친 ‘비래동 맥주 페스티벌’ 행사였지만 무대가 만들어진 곳 주변은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뤄 정말이지 사람이 숲을 만들었고, 또한 이는 곧 지나갈 틈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고함과 한숨이 교차했다. 특히 거동이 불편하고 심신이 나약한 어르신들의 고민이 깊어졌다. 현장에서 안전관리 책임을 맡은 경찰들이 긴장했다. 가수의 공연 중에도 무시로 방송을 중지시켰다. 사회자가 거듭 호소했다.

“서울서 빚어졌던 이태원 참사를 기억하시죠? 이렇게 무대 쪽으로 다가서다가 자칫 넘어지거나 엉켜지기라도 하면 순식간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현장 정리 정돈을 하기 전에는 행사를 계속할 수 없습니다!”

경찰 책임자로 보이는 사람도 ‘부창부수’ 격으로 무대 아래로 나와서 마이크를 쥐고 이렇게 강조했다.

“사고는 순식간에 일어납니다. 무대 진행자가 부탁드린 것처럼 빨리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오랫동안 서서 힘드셨을 노약자와 어르신들 중 50분만 선별하여 무대 앞으로 이동하실 수 있도록 특별히 배려하겠습니다.”

여기저기서 “잘 한다!”는 칭찬이 쏟아졌다. 사회자가 강조한 ‘이태원 참사’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터. 이는 2022년 10월 29일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동 이태원 세계음식거리의 해밀톤호텔 서편 골목에서 핼러윈 축제로 수많은 인파가 몰린 와중에 발생한 압사 사고다.

이 사고로 인해 159명이 사망하고 195명이 부상을 당했다.(이 사고로 유명을 달리 한 분들의 명복을 재삼 빈다.) 아무튼 그래서 가수 박서진은 21시가 넘어서야 겨우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

그가 노래를 한 곡 부르는 것을 카메라에 담자마자 나는 현장을 떠났다. 그러면서 ‘나도 작가 대신 가수를 할 걸 그랬나?’라는 터무니없는 상상을 해봤다. 여기서 잠깐 작가와 가수의 다른 점을 살펴본다.

작가와 가수는 예술 분야에서 활동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들의 역할과 작업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작가는 글이나 음악 등의 작품을 창작하고 이를 출판 또는 발표함으로써 자기 생각과 감정을 표현한다.

작가는 주로 문학작품, 드라마 대본, 영화 시나리오, 노래 가사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만든다. 작가들은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스토리나 멜로디를 만들고 수정하면서 최종 작품을 완성한다.

반면 가수는 음악을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는 사람으로서 목소리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 가수는 작곡가나 작사가가 만든 곡을 부르거나 직접 곡을 만들어 부르기도 하며, 공연을 통해 관객들과 소통한다.

가수는 목소리를 훈련하고 악기를 다루며 음악적 재능을 발전시키고 무대에서의 퍼포먼스를 강조한다. 요약하자면, 작가와 가수는 각각 글과 음악이라는 예술 형식을 사용하여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주요 차이점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이 두 직업 간에는 서로 협력하기도 하고 독립적으로 작업하기도 하는 관계가 존재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볼 때 두 직업군의 비교는 천양지차(天壤之差)라는 어떤 비애와 아픔을 내재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갈수록 책을 안 보는 시류는 작가들을 여전히 궁핍의 벼랑으로 모는 단초가 된 지 오래다. 하지만 가수는 한 곡만 히트해도 단박 개런티가 천정부지(天井不知)로 뛴다. 개중엔 천문학적인 금액을 받는 가수도 있다고 들었다.

어제도 목격했지만 가수 박서진과는 별도로 팬 카페 회원들이 타고 온 버스가 널찍했는가 하면, 공연 시작 전부터 노란색의 맞춤복을 입고 일사불란(一絲不亂)하게 응원전을 펼치는 모습 또한 부럽기 그지없었다.

어쨌든 어제 박서진이 등장한다고 입소문이 나면서 더욱 몰려든 구름 인파로 인해 자칫했으면, 아니 하마터면 정말이지 밟혀 죽는 줄 알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