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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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불
  • 홍경석 시민기자
  • 승인 2023.03.09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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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언론에서도 앞다퉈 대서특필을

 

지난주에 처음으로 출판기념회를 했다. 지난 2015년에 첫 저서를 낸 지 8년 만의 공식 행사였다. 처음 치르는 출판기념회였기에 며칠 전부터 밤잠도 못 이룰 정도로 마음고생이 컸다.

하지만 주변에서 도와주신 덕분에 무난하게 마칠 수 있었다. 예약한 식당으로 축하객을 모신 나는 일일이 술잔을 채워드리며 각별한 감사를 거듭 표시했다.

“잘했어요”, “멋있었어요”라는 칭찬이 소나기로 쏟아졌다. 의례적 인사였을망정 내 기분은 하늘을 붕붕 날았다.

다섯 번째 저서를 낸 뒤에야 비로소 출판기념회를 한 건 내 존재감을 확인하기 위함이기도 했다. 지역에서 작가 외에도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하는 나는 자칭 마당발이다.

덕분에 비록 첫 출판기념회였음에도 예상보다 많은 축하객이 오시는 성황을 누렸다. 물론 유명한 정치인이나 연예인처럼 구름 같은 인파의 운집에는 명함도 못 내미는 수준이었지만.

다른 문인이나 유명 인사의 출판기념회는 수도 없이 찾아가서 취재했다. 그러나 정작 나는 그럴 처지와 깜냥이 되지 못했다. 우선 나는 여전히 무명의 작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발간한 4권의 저서 중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은 전무하다. 그러니 뉘라서 나를 기억해 주겠는가. 문인이나 가수 등 연예인도 마찬가지다.

오랜 무명 생활의 설움에서 벗어나 스타로 도약하자면 히트곡이나 히트작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모 가수가 히트곡 한 곡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라 벼락부자가 되었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상식이다.

여하튼 나는 첫 출판기념회를 치르면서 지난 8년 동안 무명의 설움과 실의의 그늘 뒤에서 은거했던 지난날을 통틀어 위로(慰勞)받았다. 지역 언론에서도 앞다퉈 대서특필을 아끼지 않았다.

내가 어렵게 살긴 했으되 허투루 살지는 않았구나... 라는 생각을 떠올리니 ‘위로’의 친구인 위안(慰安)이 포근한 이불로 다가와 나를 감싸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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