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분망식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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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분망식 단상
  • 홍경석 시민기자
  • 승인 2023.02.26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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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자랑스러운 이유

 

경찰 국가수사본부의 제2대 본부장에 임명됐던 정순신 변호사가 국가수사본부장 사의를 표명했다. 문제는 아들이었다.

정 변호사는 “아들 문제로 국민들이 걱정하시는 상황이 생겼고 이러한 흠결을 가지고서는 국가수사본부장이라는 중책을 도저히 수행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국수본장 지원을 철회한다”고 2월 25일 밝혔다.

앞서 정 변호사는 지난 2월 24일 윤석열 대통령에 의해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었다. 그러나 이후 아들이 고등학교 재학 시절 동급생에게 언어폭력을 행사했다가 강제 전학 처분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정 변호사는 “피해자와 그 부모님께 저희 가족 모두가 다시 한번 용서를 구한다”며 “가족 모두 두고두고 반성하면서 살겠다”고 전했다. 이와 더불어 정 변호사의 아들이 서울대 진학을 한 것에 대하여도 설왕설래가 분분하다.

이렇게 학교폭력으로 강제 전학 처분을 받은 정 본부장 아들이 서울대에 진학한 것을 두고 의구심이 제기되자, 학교폭력 기록이 반영되지 않는 정시 전형으로 합격했다고 밝혔다.

이 뉴스를 보면서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드라마 [더 글로리]가 오버랩되었다.

 

송혜교가 주인공 ‘문동은’으로 나오는 이 드라마는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새삼 일깨웠다. 어쨌든 일국의 대단한 자리 수장에 낙점된 인사가 다른 것도 아니고 아들의 학폭 문제로 전격 경질됐다는 것은 개인적 참사이기도 하지만 국민적 충격이기도 했다.

얼마 전 동네의 어떤 빌라 입구에 “우리손자 000 서울대 합격을 축하한다!”라는 현수막이 걸려 눈길을 끌었다. 기자의 본능에 입각하여 냉큼 사진을 찍었다.

이는 동병상련(同病相憐), 아니 휴척상관(休戚相關)의 정서 공유가 충분히 가능하였기에 소위 인증샷으로 남기기 위함이었다.

‘휴척상관’은 기쁨과 슬픔이 서로 관계한다는 뜻으로, 서로의 관계가 밀접하여 이해가 일치되거나 고락(苦樂)을 함께 나누는 사이를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다. 한데 그 현수막은 불과 이틀도 안 되어 철거되었다.

아마도 주변 사람들의 따가운 질시와 부러움에 부담을 느꼈지 싶었다. 다 아는 상식이겠지만 서울대를 가자면 보통으로 공부해선 어림도 없다. 그야말로 발분망식(發憤忘食)의 치열한 자세와 실천이 담보되어도 갈지 말지다.

‘발분망식’은 무엇을 할 때 끼니마저 잊고 힘쓴다는 뜻을 담고 있다. 최근 출간된 나의 저서 [두 번은 아파 봐야 인생이다]의 원고 최종 교정은 서울대를 수석으로 졸업한 딸이 봐줬다.

딸의 서울대 입성 역시 변함없는 ‘발분망식’에서 출발했다. 딸이 자랑스러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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