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석 칼럼] 달도 차면 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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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석 칼럼] 달도 차면 기운다
  • 홍경석 시민기자
  • 승인 2023.02.17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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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공헌 무관심 은행과 항룡유회

 

항룡유회(亢龍有悔)는 하늘 끝까지 올라간 용이 내려갈 길밖에 없음을 후회한다는 뜻이다. 부귀영달이 극도에 달한 사람은 쇠퇴할 염려가 있으므로 행동을 삼가야 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항룡유회라는 말은 주역(周易) 건괘(乾卦)의 육효(六爻)의 뜻을 설명한 효사(爻辭)에 나오는 말이다. 주역에서는 특히 이 기운을 다루는 데 신중을 기하여 이 운세를 단계별로 용에 비유하고 있다.

그 첫 단계가 잠룡(潛龍)으로, 연못 깊숙이 잠복해 있는 용은 아직 때가 이르지 않았으므로 덕을 쌓으며 때를 기다려야 한다. 다음은 현룡(現龍)으로, 땅 위로 올라와 자신을 드러내어 덕을 만천하에 펴서 군주의 신임을 받게 되니, 곧 때를 얻어 정당한 지위에 있으면서 중용의 도와 선을 행하며 덕을 널리 펴서 백성을 감화시키는 것이다.

그다음은 비룡(飛龍)으로, 하늘을 힘차게 나는 용은 본 괘의 극치로서 제왕의 지위에 오르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하여 절정의 경지에 이른 용이 바로 항룡(亢龍)인 것이다.

항룡은 하늘 끝까지 다다른 용으로, 곧 '승천한 용'인 셈이다. 그 기상이야 한없이 뻗쳐 좋지만 결국 하늘에 닿으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공자(孔子)는 "항룡은 너무 높이 올라갔기 때문에 존귀하나 지위가 없고, 너무 높아 교만하기 때문에 자칫 민심을 잃게 될 수도 있으며, 남을 무시하므로 보필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따라서 항룡의 지위에 오르면 후회하기 십상이므로, 이것이 바로 '항룡유회'라는 것이다. 즉, 일을 할 때에는 적당한 선에서 만족할 줄 알아야지 무작정 밀고 나가다가는 오히려 일을 망치게 된다는 말이다.

막대한 수익을 낸 은행들이 퇴직금 돈 잔치를 벌여 국민적 지탄이 이어지고 있다. 야당 의원에 이어 대통령까지 이를 지적하고 나서자 은행권은 뒤늦게 사회공헌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수년째 사상 최대의 이익을 올리고도 사회공헌액은 2년째 뒷걸음인 은행권을 보는 국민적 시선은 엄동설한보다 차다.

금융감독원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성과급은 2021년 1조 709억 원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1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5대 시중은행의 성과급은 ▲2017년 1조 78억 원 ▲2018년 1조 1095억 원 ▲2019년 1조 755억 원 ▲2020년 1조 564억 원으로 최근 5년간 매년 1조 원대를 지속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단행한 희망퇴직을 통해 시중은행들은 1인당 6억~7억 원의 퇴직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따라서 고금리로 서민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어려움이 커졌지만, 은행들은 쉽게 얻은 이자 이익을 바탕으로 성과급과 퇴직금을 통해 직원복지를 챙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이다.

사회공헌엔 무관심한 은행에서 항룡유회의 곤두박질을 본다. 달도 차면 기우는 법이다.

홍경석. <두 번은 아파 봐야 인생이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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