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미래 그대 다시 만날 예정이다
상태바
오래된 미래 그대 다시 만날 예정이다
  • 전성현
  • 승인 2023.01.24 23: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래된 미래 그대 다시 만날 예정이다

 

전성현(전건호)

 

나무가 상상하여 그려내는 모든 것들이

천상의 노래와 합일하는 진공묘유의 시공에서.

불면으로 걸어온 길들과

지상에서 나를 홀리던 미로들이 은하계 별들의 항로와 같았다

나를 버리고 떠난 사람들은 지구별을 스쳐간 유성우들이었으므로

인형의 눈동자에 투영되는 오래된 미래를 엿보다 잠이 들면 꿈을 꾼다

 

하얀 꿈속에서

나에게 고개돌리던 너를 찾아 길을 떠난다

코스모스같이 출렁이는 시간들

해맑은 꽃봉우리 아래,

가시나무들은 어느 유계의 강물까지 그리움의 뿌리를 내리는 걸까

강물의 기원을 거슬러 오르다 보면

그대 잠든 집 지층 아득하게 출렁이는 물길은

전생에서 발원하여 내생까지 흘러간다

 

잠시 꽃피운 너에게 혼을 빼앗긴 나는

너의 어느 미래에 나비 한 마리

은빛 날개로 꽃술에 내려앉을 수 있을까

 

백만송이 피어난 꽃들이

각기 다른 표정으로 골똘하게 전생을 추억하는 동안

지층을 흐르는 우화에 뿌리내린 장미

그리움의 골무는 기원전 어느까지 닿아야 숨 고를 수 있을까

어제 밤

꿈속 환한 의식의 눈을 뜨고

그대 사는 바닷가 마을로 달려가

그대와 해변에서 한 생을 저물었으니

꿈 속 생애와 지금의 질량은 반비례 한다

 

현생과 내생이 합일하는 자오선에서

사랑과 애증의 뿌리 하나이므로

출렁이는 윤회의 함수관계에도 불구하고

봄이 오면 백만송이꽃 활화산 피고야 마는 무차별방정식

그러므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없다

꽃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