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은 험지에서도 잘 자란다
상태바
호박은 험지에서도 잘 자란다
  • 홍경석 시민기자
  • 승인 2022.11.21 11: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양전만경불여박예수신’ 소고
필자가 저술한 책 4권
필자가 저술한 책 4권

 

얼마 전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왔다는 강사를 취재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유럽 각지에서 출발하여 스페인 북서부의 소도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향하는 길이다.

산티아고는 예수의 제자인 성 야고보의 시신이 안장된 산티아고 대성당이 있는 곳이다. 교황 칙령에 의해 가톨릭의 성지로 지정되면서 많은 순례자가 순례를 떠나는 목적지가 되었다.

이 순례길은 종교적인 목적은 물론이고 개인적인 동기나 자기성찰을 위해 찾는 사람이 많아졌고 여행을 목적으로 오는 사람도 점점 늘고 있다고 알려졌다. 천 년 동안이나 이어져 내려온 힐링의 이 산티아고 순례길은 매년 1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찾는다고 한다.

제주 올레길의 모델이 되기도 한 곳으로 전체 길이가 무려 800km에 달하는 순례길이다. 이 길을 까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라고 하는데 ‘산티아고로 향하는 길’이라는 뜻이다.

강의를 듣던 많은 사람이 다들 동경하는 모습이었다. “나도 가야지!”라는 동시다발의 부러움이 무성했다. 하지만 나는 달랐다. 그보다 급한 건 출간(出刊)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4권의 저서를 발간한 작가이자 시민기자다.

책을 내본 사람은 다 아는 상식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출간의 과정은 대단히 어렵다는 사실이다. 한 줄의 문장을 위해 수십 권의 책을 읽어야 한다. 한 줄의 사례를 찾으려면 최소한 네댓 가지의 신문(뉴스)을 검색해야 했다.

그렇지만 모르는 사람은 죽어도 모르는 게 바로 책 쓰는 즐거움이다. 그런데 출간을 하자면 경비(經費)가 필요하다. 그 출간 비용을 마련하고자 아홉 달 가까이 공공근로를 했다. 과도한 육체노동이었는지라 많이 힘들었다.

일을 마치고 파김치가 되어 귀가하면 허깨비처럼 쓰러지기 일쑤였다. 그렇지만 ‘호박은 환경을 따지지 않는다’는 마음가짐으로 나 자신을 다독거렸다. 호박은 예로부터 식재료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효능도 좋아서 우리 몸에 좋은 여러 영양소와 물질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식감 또한 부드럽고 달콤하기 때문에 호불호 없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호박은 험지(險地)에서도 잘 자란다.

<명심보감>에 양전만경불여박예수신(良田萬頃不如薄藝隨身)이라는 글이 나온다. ‘좋은 밭 만 이랑(갈아 놓은 밭의 한 두둑과 한 고랑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 하찮은 재능을 지니는 것만 못하다’는 뜻이다.

공공근로는 일종의 농사(農事)와 같은 장르였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아무리 많은 땅을 지니고 있더라도 소유주가 성실하게 농사를 짓지 않으면 얻을 수 있는 게 없다.

오히려 황무지가 되기 십상이다. 공공근로 덕분에 다양한 경험과 함께 출간 비용 마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이제 남은 건 다섯 번째 저서의 출간과 베스트셀러 등극이라는 야망의 실천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