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지 벗도 사귈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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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지 벗도 사귈 탓이다
  • 홍경석 시민기자
  • 승인 2022.07.23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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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 천사’와 ‘기부 박사’와의 랑데부
수박은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수박은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수박은 여름 과일의 제왕이다. 수박은 박과의 한해살이 덩굴풀을 의미한다. 줄기의 길이는 4~6미터이고 땅 위를 기며, 잎은 어긋나고 3~4개로 깊게 갈라진다.

 

여름에 연한 누런색 꽃이 핀다. 열매는 크고 둥글며 무게는 5~6kg까지 나가는 것이 보통이다. 열매의 속살은 붉고 달아 식용하고, 씨는 검거나 누런데 차의 재료로도 쓴다.

 

아프리카가 원산지로 세계 각지에서 재배한다. 오늘은 장맛비가 모처럼 이름값을 하며 촉촉이 내리고 있다. 하지만 지난주는 폭염으로 고생이 막심했다. 더욱이 일하는 데가 비닐하우스이다 보니 체감온도는 가히 살인적이었다.

 

그렇게 무더위에 탈진할 무렵, 방차석 친구가 왕수박 두 통과 아이스커피까지 사 들고 나를 찾아왔다. “이 원수를 어떻게 갚나?”라며 농담을 했지만 정말 고마웠다!

 

수박을 한자로 쓰면 水朴이 된다. ‘물 수’에 ‘성씨 박’이 교접한다. 이상했다. 명색이 여름 과일의 제왕이거늘 왜 그리 허투루 대접하는 것일까? 그래서 나는 임의로 수박(水博)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즉 ‘물을 담은 과일의 박사(博士)’라는 의미다. 수박은 90% 이상이 수분(물)으로 이뤄져 있다. 따라서 수분 보충과 갈증 해소에 도움을 주고 과당과 포도당도 많아 원기 회복에도 그만이다.

 

맛이 달고, 영양과 효능도 좋은 수박인지라 여름엔 최고의 인기몰이 주역이 된다. 지난주 나에게 수박을 선물한 방차석 친구는 자타공인 자원봉사의 달인이다. 자원봉사와 연관된 상이란 상은 그야말로 휩쓸다시피 했다.

수박은 여름 과일의 제왕이다
수박은 여름 과일의 제왕이다

 

지금도 그 친구는 봉사의 현장에서 수박은 물론이요, 각종 과일과 채소까지 어려운 이웃에 아낌없이 나눠주는 ‘기부 천사’로도 소문이 파다하다.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했던가.

 

그 친구와 절친하며 개인적으로 나하고도 친구인 곰두리 서구 봉사단 정운엽 단장은 또 다른 ‘기부 박사’이다. 가만히 있어도 더운 요즘에도 그늘 하나 없는 뙤약볕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과일과 채소 농사를 손수 짓는다.

 

그리곤 수확물을 차에 실은 뒤 소외되고 그늘진 이웃을 찾아 방차석 친구처럼 아낌없이 나눠주고 있다. 이 친구는 그러한 공로가 인정되어 작년에 행정안전부 장관상을 받았다. 정말 대단한 친구들이다.

 

사람은 누구나 삶의 곳곳에 흔적을 남긴다. 그 흔적이 바로 나이고, 또한 바로 당신이다. 향기 나는 선행과 향기 나는 그의 이름은 후세에도 변함없이 빛이 난다.

 

‘기부 천사’와 ‘기부 박사’와의 랑데부로 인해 나는 올여름에 수박을 벌써 몇 통이나 공짜로 얻어먹었다. 그것도 ‘왕 수박’으로. “객지 벗도 사귈 탓이다”라고 했다.

 

객지에서 오래 함께하지 않은 친구라도 정이 깊은 정도에 따라서 형제처럼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방차석과 정운엽 친구가 바로 그런 친구들이다. 마치 수박처럼 달고 시원한.

냉장고에 넣어둔 수박
냉장고에 넣어둔 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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