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재취업 참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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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재취업 참 힘들다
  • 홍경석 시민기자
  • 승인 2022.07.03 1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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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실 때 형, 동생은 천 명이나 되지만
술 마시고 밥 먹을 때 형 동생은 천 명이나 되지만 내가 급하고 어려울 때 친구는 한 명도 없는 건 비극이다
술 마시고 밥 먹을 때 형 동생은 천 명이나 되지만 내가 급하고 어려울 때 친구는 한 명도 없는 건 비극이다

 

조유나 양 가족이 예상했던 대로 전남 완도 인근 바닷속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경찰에 따르면 조 양의 아버지는 카드빚 1억 원, 부인 이 씨 명의 은행 대출 3,000만 원 등으로 부채가 늘었다고 한다.

 

여기서 설상가상(雪上加霜), 아니 설상가채(雪上加債)로 루나 가상화폐 투자를 한 것 또한 큰 손실을 보게 되면서 상당한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했다. 충분히 이해와 공감이 되는 부분이다.

 

대저 빚에 쫓기고 도움을 받을 곳이 없으면 사람은 쉬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 마련이다. 그렇긴 하더라도 죄 없는 조유나 양까지 동반자살의 희생양이 된 것은 정말 가슴이 미어지는 아픔이 아닐 수 없었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없길 소망한다.

 

최근 지인 몇 명에게 나의 새로운 일자리 부탁을 했다. 사실상 중노동에 다름 아닌 공공근로는 나에겐 맞지 않는 옷이자 전신까지 아프게 한다. 퇴근하는 즉시 누워서 꿍꿍 앓는 건 기본옵션이다.

 

고민하다가 ‘스님(중)이 제 머리를 못 깎는다’는 속담을 떠올렸다. 이는 자기가 자신에 관한 일을 좋게 해결하기는 어려운 일이어서 남의 손을 빌려야만 이루기 쉬움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큰맘을 먹고 유력 지인 여럿에게 내게 맞는 일자리 주선을 부탁했다. 그러나 여전히 꿩 구워 먹은 소식이자 함흥차사다. 예상 못한 건 아니었으되 솔직히 실망이 컸다. 나는 그들의 부탁이라면 열 일 제쳐두고 솔선수범했거늘...

 

특히 내가 잘 하는 분야이자 전공은 취재와 홍보다. 나를 통하면 뉴스의 기사로, 인터넷으로도 금세 유명세를 탈 수 있다. 비용도 안 드니 금상첨화다. 실제 나를 만나 인터뷰하고 뉴스가 되면서 ‘스타’가 된 사람이 적지 않다.

 

반면 나는 여전히 변방에서 은거 중인 시민기자이자 무명 작가일 따름이다. 지난 5월 별세한 월드스타 강수연은 “내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라는 말로도 유명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나는 촌지 안 받지 글도 기똥차게 잘 쓰잖냐?”의 자부심으로 출렁거린다.

 

하지만 나에게 기사 보도 내지 취재를 부탁하는 사람의 십중팔구는 자신의 목적이 이뤄지는 순간 돌변하는 게 일반적이다. 전형적 염량세태(炎涼世態)이자 일종의 구밀복검(口蜜腹劍)과도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여하간 중년 재취업이 참 힘들다. 더욱이 자타공인 유력자임에도 자기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수수방관하는 모습에서는 새삼 믿었던 사람에 대한 실망감까지 겹쳐진다.

 

“술 마시고 밥 먹을 때 형, 동생 하는 이들은 천 명이나 되건만, (정작) 급하고 어려울 때 친구는 한 명도 없네.” => [명심보감] 교우편(交友篇)에 나오는 말이다. ‘급하고 어려울 때 힘이 되는 친구’를 뜻하는 급난지붕(急難之朋)의 부재를 한탄하고 있다.

 

하기야 급난지붕이 서넛만 있었어도 조유나 양 가족 동반자살은 아예 발생조차 안 했으리라. 어쨌든 나는 여전히 ‘행운은 게으른 사람을 비껴가지만 부지런한 사람 곁을 맴돈다’를 신봉한다. 지금 이 글은 새벽 4시도 안 돼서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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