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의 기우제’ 정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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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의 기우제’ 정신으로
  • 홍경석 시민기자
  • 승인 2022.07.03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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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은 쑤셨던 삭신도 위무한다
필자의 네 번째 저서 ‘초경서반’
필자의 네 번째 저서 ‘초경서반’

 

6월 30일 중부지방에 본격적인 장마 폭탄이 투하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역별 누적 강수량은 충남 서산 279.5㎜, 당진 246.5㎜, 경기 화성 서신 252.5㎜, 용인 역삼 248.5㎜, 서울 154.0㎜, 강원 철원 동송 134.5㎜ 등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처럼 쏟아진 폭우는 국지적 특성을 보였다. 장마는 여름철에 여러 날을 계속해서 비가 내리는 현상이나 날씨를 의미하는 것이지만 대전은 어째 비가 너무 인색했다. 오늘도 비는 자린고비 행각을 멈추지 않았다.

 

따라서 여간 더운 게 아니었다. 그야말로 푹푹 찌는 무더위에 같이 일하는 동료들도 이구동성으로 죽을 맛이라고 하소연했다. 나 또한 온종일 물을 마시고 심지어 수돗물을 틀어놓고 아예 머리를 적시는 따위의 고육책까지 동원하기 일쑤였다.

 

일기예보와는 사뭇 달린 내리지 않는 비를 원망했다. 그러면서 ‘제갈량이 그리운 가뭄’을 떠올렸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삼국지] 인물은 누구일까? 유비, 관우, 장비 등 호불호가 다르다. 그렇지만 만인이 가장 좋아하는 인물은 아마도 제갈량이 아닐지.

 

그는 ‘적벽대전’에서 동남풍을 불게 하는 신통방통의 모습을 보였다. 동남풍에 구름이 실리면 폭우로 이어진다. 혹자는 비를 싫어한다. 특히 어떤 여성의 경우, 우산 없이 비를 만나면 기겁을 한다. 하지만 나는 다르다.

 

나는 오후에 잠깐, 마치 모기 오줌만큼 찔끔 내린 비였지만 일부러 그 비를 맞았다. 비는 나와 사연이 깊다. 과거 소년가장 시절, 우산 장사를 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우산은 비를 필요로 한다. 당시 우산을 팔면 이문이 매출의 40%였다.

 

덕분에 힘든 장마철에도 홀아버지와 먹고 살 수 있었다. 그때 우산을 팔지 않았더라면 더 심각한 가난이 고통을 배가시켰을 것이다. 비는 또한 자연의 생명수다. 아무것도 없던 사막에 비가 지나가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온갖 풀과 꽃들도 만화방창(萬化方暢)으로 궐기한다.

 

목초지가 없으면 살 수 없는 동물들로서도 비는 최고의 천군만마(千軍萬馬)가 아닐 수 없다. 더러웠던 도로를 순식간에 깨끗이 씻어주는 일등 공신임은 물론이다. 아무튼 무더위에 지친 나머지 기진맥진하여 퇴근하는 시내버스에 겨우 올랐다.

 

꿍꿍 앓고 있는데 모 교수님에게서 카톡 문자가 왔다. “보내주신 저서를 잘 받았습니다. 그런데 어쩜 그렇게 글을 잘 쓰세요? 정말 탄복했습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지만 쑤셨던 삭신도 마사지하듯 위무(慰撫)한다.

 

‘고맙습니다. ‘인디언의 기우제’ 정신으로 썼답니다.’ 인디언들이 기우제를 지내면 꼭 비가 온다. 그것은 인디언들은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기 때문이다. 그런 각오와 다짐으로 나는 그동안 4권의 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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