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공부로 경영대학원 면학 분위기 용광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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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공부로 경영대학원 면학 분위기 용광로
  • 홍경석 시민기자
  • 승인 2022.06.27 0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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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꺼진 창은 스산하다
열강 중인 하상현 변호사
열강 중인 하상현 변호사

 

코로나19의 어두운 터널에서 빠져나오면서 사회적 분위기가 크게 바뀌고 있다. 가게는 고객이 증가하고 식당과 주점 역시 손님들이 많이 늘었다. 필자가 공부하고 있는 한남대학교 부근 역시 예전의 불야성(不夜城)을 방불케 하고 있다.

 

반가운 현상이다. 그러나 이처럼 밝은 소식만 있는 건 아니다. 코로나19의 마수와 지독한 불황 따위에 덜미를 잡힌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 상당수는 이미 부도와 폐업이라는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부도와 폐업은 ‘채무자’와 ‘파산’이라는 공포의 상처를 남긴다. 채무자(債務者)는 특정인에게 일정한 빚을 갚아야 할 의무를 가진 사람을 말한다. 한마디로 빚쟁이(빚을 진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다. 빚과 연관된 속담이 많다.

 

‘대추나무에 연 걸리듯’은 여기저기에 빚을 많이 진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빚보증하는 자식은 낳지도 말라’는 빚보증을 서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일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어서 파산(破産)은 ‘재산을 모두 잃고 망한’ 것이다.

 

또한 채무자가 그 채무를 완전히 갚을 수 없는 상태에 빠졌을 경우에, 그 채무자의 총재산을 나누어 모든 채권자에게 공평히 갚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재판의 절차이기도 하다. 채권자의 신청에 의하여 법원이 선고하면 선고된 후는 파산법에 규정된 절차에 의하여 집행된다.

 

둘 다 암울함이 확실히 보이는 어두운 그림자다. 6월 24일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는 최고경영자 과정 수업으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특강이 있었다.

 

세무사와 변리사이기도 한 하상현 변호사의 열강으로 시작된 이 수업은 ‘한계기업의 회생방법’, ‘채무자 회생, 파산의 분류’, ‘통계로 본 회생, 파산’, ‘회생절차의 진행 과정’, ‘회생 절차의 새로운 흐름’, ‘채무자 회생법 소개’, ‘채무자 회생 절차는 누가 신청하는가?’ 등 생소하기 짝이 없던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대한 사안을 속속들이 들여다보고 알 수 있게끔 잘 짜인 고농도 커리큘럼이었다.

 

그래서 면학 분위기가 용광로처럼 후끈 달아올랐다. 서두에서 밝힌 것처럼 코로나 2년여 동안 빚을 내며 전전긍긍 버텨온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는 더욱 가혹한 시간이었다.

 

올해 9월이면 2년 5개월 동안 지속됐던 자영업자 금융 지원마저 종료될 예정이라니 문제의 심각성은 그야말로 숨겨진 지뢰밭의 돌출과 폭발의 연쇄작용이 아닐 수 없다.

 

올해 4월까지 접수된 개인 파산 신청 건수는 1만 3천464건으로 10년 내 최저 수준이었다고 한다. 코로나 전인 2019년 4월(1만 5천124건)과 비교해도 훨씬 적다. 반면 개인사업자 대출은 5월 기준 435조 3천억 원으로 역대 최대이다.

 

이중 자영업자 금융 지원 정책에 따라 대출 연장·상환 유예 상태에 있는 채무 원금은 꾸준히 늘어 지난 1월 기준 133조 8천억 원까지 불어났다고 한다. 빚은 크게 늘었는데 파산은 줄어든 상황이다.

 

파산이 줄어든 건 경기가 좋아지거나 자영업자들 벌이가 나아진 탓이 아니다. 금융 지원 정책에 의지해 버티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여서 큰 사회적 문제를 잉태하고 있는 셈이다.

 

아무튼 채무자의 회생 및 파산자의 복권은 빠를수록 좋다. 특히 파산자가 복권하는 것은 로또복권에 당첨되는 것 이상의 기쁨이다. 현재 파산부터 면책까지 걸리는 기간은 지역별로 편차가 크다고 한다.

 

강의를 들으면서 기왕이면 다홍치마랬다고 기사회생의 재기를 위해 기다려야 하는 채무자와 파산자에 대한 회복과 환원이라는 어떤 ‘복음’은 그 기간을 대폭 줄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996년에 발표한 가수 조영남의 히트곡에 <불 꺼진 창>이 있다. = “지금 나는 우울해 왜냐고 묻지 말아요 (중략) 오늘 밤 나는 보았네 그녀의 불 꺼진 창을 (후략)” = 불 꺼진 창은 스산하다. 마찬가지로 불이 꺼진 가게는 불야성의 황홀함 대신 적요(寂寥)의 쓸쓸함만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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