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이 도 훈
환하게 핀 목련은 몸살이다.
환절기 고열 같은 것,
아랫목을 뒤집어 쓴
불타는 체온이다.
가난했던 날 오후 같은 환한 꽃이 왠지 나는 좋다.
햇살만 검게 그을려갔다.
봄날이 화사한 것은
마당 한켠에 불 지피는
아궁이 같은 목련나무가 있고
빈 솥이 끓여내는 맹물 같은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이도훈 2020 <한라일보>신춘문예 당선
아침저녁으로 조금 쌀쌀하고 낮이면 기온이 올라간다. 기상캐스터는 일교차가 심하니 겉옷을 잘 챙겨 입으라고 당부한다. 환절기엔 건강에 유념하라는 잔소리를 더 많이 듣고 더 많이 하게 된다. 오미크론 확진자가 엄청난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요즘이다.
아랫목을 뒤집어쓰고 몸살을 견뎌낸 오후, 마당으로 나오면 아궁이 같이 불을 지피는 목련나무가 있다. 여전히 봄이고 봄의 오후는 꽃 같고 꽃은 봄의 오후 같다.
목련나무가 지핀 불에 마음을 녹이면 몸이 따스해지겠지. 꽃들이 밝힌 불로 세상이 따뜻해지는 날이 오겠지. 며칠만 지나면 사방은 환해지겠지.
전국이 대체로 맑고 포근한 날씨, 목련나무에 꽃망울이 맺혔다. 화사한 봄날이 도착했다.
-유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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