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이도훈
상태바
목련/이도훈
  • 유수진 기자
  • 승인 2022.03.16 19: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목련

 

이 도 훈

 

환하게 핀 목련은 몸살이다.

환절기 고열 같은 것,

아랫목을 뒤집어 쓴

불타는 체온이다.

 

가난했던 날 오후 같은 환한 꽃이 왠지 나는 좋다.

 

햇살만 검게 그을려갔다.

봄날이 화사한 것은

마당 한켠에 불 지피는

아궁이 같은 목련나무가 있고

빈 솥이 끓여내는 맹물 같은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이도훈  2020 <한라일보>신춘문예 당선

 

아침저녁으로 조금 쌀쌀하고 낮이면 기온이 올라간다. 기상캐스터는 일교차가 심하니 겉옷을 잘 챙겨 입으라고 당부한다. 환절기엔 건강에 유념하라는 잔소리를 더 많이 듣고 더 많이 하게 된다. 오미크론 확진자가 엄청난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요즘이다.

 

아랫목을 뒤집어쓰고 몸살을 견뎌낸 오후, 마당으로 나오면 아궁이 같이 불을 지피는 목련나무가 있다. 여전히 봄이고 봄의 오후는 꽃 같고 꽃은 봄의 오후 같다.

 

목련나무가 지핀 불에 마음을 녹이면 몸이 따스해지겠지. 꽃들이 밝힌 불로 세상이 따뜻해지는 날이 오겠지. 며칠만 지나면 사방은 환해지겠지.

 

전국이 대체로 맑고 포근한 날씨, 목련나무에 꽃망울이 맺혔다. 화사한 봄날이 도착했다

-유수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