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광풍,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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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광풍, 언제까지?
  • 김승수
  • 승인 2021.10.20 1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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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원시니어 칼럼니스트
프랑스 스트라스부르그 제1대학 영상학 박사
e-mail : youngmirae@naver.com
정근원 박사
정근원 박사

 

넷플릭스 1위는 보통 한두 주 후 다른 드라마로 바뀐다고 한다. 다른 데스 게임(Death Game)과 무엇이 다르길래 ‘오징어 게임’ 열풍이 아직도 계속될까? 이 드라마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모아놓아 그 자체가 소우주로서의 무대 같은 기능을 한다. 게임을 하는 사람들과 관리자들, 게임을 보는 VIP들, 게임을 만든 오일남 할아버지라는 계층 구조에, 사회를 감시하는 경찰이 있다. 노래 ‘가시나무 새’처럼 내 안의 너무 많은 나와 동일시할 인물들과 상황들이 많다.

드라마를 보면서 “나는 돈을 벌기 위해서 어떤 짓까지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도 스멀스멀 올라온다. 기분 나쁘다. 이 드라마는 불편해서 회피했던 것을 보게 만든다. 어릴 때 하던 놀이가 얄밉게도 치밀한 구성과 세트의 미학, 근원적 그리움을 건드리며 끝까지 보게 유혹한다. 얄밉다.

죽음 앞에 서면 본래적 나를 만난다

‘오징어 게임’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엄마, 동생, 자식과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보통 사람의 염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나’는 강력한 ‘세계-내-존재’다. 이곳에서의 죽음은 삶을 위한 죽음이기에 더욱 슬프고 치열하다. 이에 비해 다른 데스 게임 영화들은 짜릿한 자극만을 추구하기 때문에 단순한 배설에 불과하다.

20세기의 독일 철학자 하이데거는 기존의 철학과 달리 인간을 ‘세계-내-존재’인 ‘관계 맺음’의 존재로 보았다. 다른 존재와의 관계는 필연적으로 불안과 관계의 연약함에서 오는 무(無)에 대한 두려움을 주고, 마지막에는 죽음을 대면하게 만든다. 진솔한 관계를 맺는 것은 이런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한 아름다운 고민이며, 막연하게 살지 않겠다는 뜻이다.

지영은 구슬놀이에서 새벽이가 동생과 관계 맺음을 이어가게 하려고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결단을 내린다. 지영은 죽음을 선택함으로써 책임져야 할 관계없이 살던 비본래적인 나를 벗어나 본래적인 나를 찾을 수 있었다. 관계 맺음으로 생기는 불편함과 불안을 차단시키려는 현대인의 개인주의에 대해 ‘오징어 게임’은 “너 혼자 사는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 삶인가” 묻는다.

관계망 시대에 필요한 홍익인간 정신

소유하기 위한 탐욕도, 돈은 많은데 재미없다고 죽음 게임을 만들어 억압된 분노를 터뜨리는 반항도 자연에는 없다. 죽음을 희롱하는 오일남 할아버지, 단역으로 출연한 게이머 모집책 공유, 상금을 탔는데 돌아와 프론트맨을 하는 이병헌. 이들은 속편에서 ‘오징어 게임’을 하려고 되돌아갈 기현 역의 이정재와 함께 돈에 얽힌 정서와 믿음 체계들을 드러내 보여줄 것이다. 정작 중요한 이야기는 속편에서 다룰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상금은 그대로 둔 채 밑바닥 생활을 하며 기현이 던진 질문! 속편은 오일남 할아버지의 시니컬한 반항이 아닌 적극적인 저항으로 답할 것 같다. 그러면 너무 잔인하다고 비판받고 있는 ‘오징어 게임’의 폭력성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본래적인 질문을 하기 위한 장치였다는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탄생과 죽음 사이에 낀 존재의 유한성을 자각할 때 양심이 작동한다. 양심이 작동되면 누구나 지금 이 순간을 의식하며 ‘세계-내-존재’로 주체적이며 긍정적인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오징어 게임’은 죽음으로 ‘어떻게 살 것이냐’를 질문하는 영화다. 나아가서 한국인에게는 익숙한 게임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 질문함으로써 다른 사람을 이롭게 하며 살라는 홍익인간 정신이 저절로 드러난다. 복잡다단한 21세기는 사람 사이의 관계망이 갈수록 촘촘하게 되어서 관계에 대한 더욱 많은 고민이 필요하게 되었다. 삶에 대한 이런 근원적인 질문을 던져서 전 세계적으로 ‘오징어 게임’ 광풍이 일어났을 것이다. 오징어게임 속편이 21세기에 필요한 새로운 삶의 패러다임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정근원(시니어 칼럼니스트, 심층심리분석가, 프랑스 스트라스부르그 제1대학 영상학 박사)

e-mail : youngmira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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